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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맨’ 다빈치의 재발견

[뉴스위크] 미술가, 발명가, 과학자 등 다재다능한 면모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열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팬들은 제대로 된 그의 전시회가 열리기를 76년 동안이나 고대해 왔다. 그런데 올 한 해에 그런 전시회가 2개나 열린다. 세상일이 늘 그렇지 않던가? 물론 과장 섞인 얘기다. 다빈치 전시회는 수시로 열린다. 하지만 아트 뉴스페이퍼에 따르면 최근 밀라노 시립 미술관(팔라조 레알레)에서 개막한 ‘레오나르도 1452~1519 전’(7월 19일까지)과 맞먹는 야심 찬 대규모 전시회를 꼽자면 19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편 미국의 보스턴 미술관에서도 최근 다빈치의 대규모 전시회(‘Leonardo da Vinci and the idea of Beauty’)가 개막했다.

보스턴엔 갈 일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때마침 애플에서 주최하는 만찬에 초대돼 밀라노에 머무르던 중이었다. 그런 기회에 다빈치 전시회에 가보지 않는다면 무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폰의 길 안내에 따라 팔라조 레알레까지 찾아갔다. 그 건물은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에 있었으니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혹적이고도 학구적인 이 전시회의 주인공인 다빈치가 아주 흥미로워했을 법한 신기술을 이용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조명이 어둑한 전시실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일주일은 금세 지날 듯하다. ‘비트루비우스 인체도’와 ‘고양이와 함께 있는 성모자’, 각종 병기의 설계도와 상상도, 풍경화, 해부도, 손 해부도에 깨알처럼 적힌 메모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친숙하면서도 새삼스런 기분이 든다.

그 친숙함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다빈치의 영향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다빈치의 그림 ‘집시에게 속고 있는 남자’는 윌리엄 호가스(18세기 영국 화가)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또 ‘여인의 얼굴’ 연작 중 한 작품에선 레오노르 피니(20세기 아르헨티나 화가)의 초상화가, 소형 청동 기마상에선 조르조 데 치리코(20세기 이탈리아 화가)의 회화가 떠오른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다빈치가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더 직접적인 사례들이 전시됐다. 그의 대표작 ‘모나리자’가 제작된 과정을 상상해서 그린 이탈리아 화가 체사레 마카리의 작품(1863년 작) 등이다. 아주 재미있는 분위기의 이 그림에서는 라파엘 전파(라파엘 이전 시기인 14~15세기 이탈리아 화가들과 비슷한 양식의 그림을 그렸던 19세기 영국 화가들)의 작품에 나올 법한 미소년이 류트를 연주하고 다른 한 남자는 목줄을 묶은 개를 데리고 있다.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또 다른 남자는 영웅시를 읊는 듯하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화가(다빈치)와 모델은 꿋꿋하게 자기 할 일에 열중하는 듯 보인다.

루브르 박물관은 ‘모나리자’ 대신 다빈치의 다른 유명한 작품 2점을 대여해줬다. 세례요한의 초상화(긴 머리에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됐다)와 ‘라 벨 페로니에르’(‘이마에 아름다운 장식을 두른 여인’으로도 불린다)라는 제목의 초상화다. ‘모나리자’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라 벨 페로니에르’는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전시회에서 발명가, 제도사, 공병, 미술가, 기독교도, 과학자 등 다양한 모습의 레오나르도를 모두 볼 수 있어 감동적이다. 또 그의 작품과 그 이전 화가들의 작품을 연관시켜 보는 것도 색다르고 알찬 경험이다. 전시회장 중간쯤에 있는 각종 기계로 가득 찬 전시실은 한숨 돌릴 여유를 준다.

다빈치의 작품에서는 지식의 통합을 꾀한 탐구 정신이 엿보인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인간의 사지나 난해한 기계 장치, 또는 단순한 기계 부품(원근법을 이용한 톱니바퀴 그림은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못지 않다)을 그린 그림으로 공책들을 가득 채우면 뭔가 웅장한 계획이 드러날 거라고 믿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며 탐구적인 정신을 지녔던 다빈치는 ‘레다와 백조’[레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자녀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그렸다] 같은 엉뚱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다재다능한 인간으로 통하는 다빈치가 라틴어를 잘 못해 어떤 부문에서는 뒤처졌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비범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글=닉 폴크스 뉴스위크 기자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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