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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Why] 추도식 물세례에도 … “노무현 공 평가해야” 몸 낮춘 김무성 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 후에 일부 참석자로부터 물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일에 관해 침묵하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침묵했다. 오전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사흘 전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발언에 대해 묻자 손사래를 쳤다. 대신 오후 경북 구미를 찾은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많이 비판했지만 과(過)는 그만 따지고 공(功)을 높이 평가해 국민통합으로 나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잘한 일이 지방분권이다. KTX 김천구미역으로 오면서 봤는데 허허벌판에 도시가 만들어진 건 노 전 대통령의 공”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충돌하는 모습 피하고 “야당 자극할 필요 없다” 비판 자제
‘보수의 얼굴’로 차기 지지율 1위
일각선 “사실상 대권 행보 몰입”

 김무성과 노무현은 오랜 애증의 관계다. 김무성이 스스로 밝힌 두 사람의 인연은 27년 전으로 올라간다. 1988년 청문회를 앞두고 그는 통일민주당 행정실장이었고, 노무현은 통일민주당 초선 의원이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당 총재였다. 5공 청산 청문회에 율사 출신인 노무현을 추천한 게 김무성이었다고 한다(2015년 2월 14일 김 대표 발언). 그러나 서로 다른 진영으로 갈라져 노무현이 반대 진영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면서 둘은 틀어졌다. 김무성은 탄핵을 앞둔 2003년 9월 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마음속으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에선 당 선대위 의장으로 노무현의 NLL(북방한계선) 발언도 앞장서 비판했다. 노무현의 아들이 추도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선거판에서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라고 한 게 그 때문이다.



 김무성이 노무현을 다르게 말하기 시작한 건 당 대표가 되고서다. 지난 2월 14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그는 방명록에 ‘망국병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온몸을 던지셨던 서민대통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참 멋있는 인생이셨습니다’라고도 썼다. 이번 추도식 참석은 그 연장선이다. 노무현의 지지자들은 그런 김무성을 ‘적’으로 취급해 물세례를 퍼부었고, 노무현의 아들은 ‘아버지의 적’임을 공인했다.



 결과적으로 의도했든 안 했든 ‘노무현과 화해하려는 김무성, 그런 김무성을 욕보이는 친노’의 대조는 김 대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4·29 재·보선 압승→5·18 전야제 물세례에 이어 보수진영의 얼굴로 급성장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김 대표는 3주 연속 1위를 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보수진영에선 김 대표를 평가절하했다. 중국 상하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개헌 발언이 청와대 역풍을 맞자 황급하게 발언을 거둬들인 게 계기였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인들에게 “정치지도자 반열에 서려면 싸워서 피투성이가 돼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낮추고, 마치 2인자처럼 행동하는 김무성의 정치는 요즘 재평가받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은 “YS에게 정치를 배운 김 대표는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겨우 중반인데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 청와대도 당도 망하고, 정권 재창출도 물 건너간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가 물 건너간 뒤에도 그는 문재인 대표를 비판한 적이 없다. 김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고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와 가까운 서용교 의원은 “김 대표는 요즘처럼 국회선진화법의 서슬이 퍼런 상황에서 야당이 일을 틀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단 걸 잘 알고 있다”며 “적어도 올해 말까진 이런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삼국지에는 조조와 유비가 등장한다. 유비는 홀대받으면서도 널리 인재를 포용하는 모나지 않음이 강점이다. 김 대표는 지금 조조보다 유비의 길을 가고 있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일각에선 통합을 강조하는 김 대표를 “말로는 ‘대권에 관심이 없다’지만 실제론 대권 행보에 몰입하는 것”이라고 수군댄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김 대표는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만 박 대통령이나 문 대표처럼 고정 지지층이 확고하지 않다는 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가영·허진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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