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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운동화, 요놈 사려고 수백 명 줄 섰네

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수퍼스타 80s 빈티지 디럭스. 80년대 출시한 수퍼스타 모델로 일반 모델과 다르게 바탕이 빛이 바랜듯한 베이지 컬러로 되어 있다. ② 에어백이 밖에서 보이도록 디자인된 90년도 출시된 나이키 에어맥스 90의 울트라 브리드 모델. ③ 1917년 처음 출시한 컨버스 척 테
일러 올스타. ④ 동그란 펌프를 눌러 쿠션을 공기로 충전하는 리복 인스타 펌프 퓨리. [김경록 기자]

“수퍼스타 들어오면 연락주세요” 매일 다 팔려
전 세계적인 인기 … “사이즈 안 맞아도 일단 사”
친근한 디자인에 심플한 패션 트렌드와 맞아


지난 20일 오후 신사동 가로수길.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열 명 중 여덟아홉 명은 같은 운동화를 신고 있다. 아디다스 ‘수퍼스타’ 아니면 나이키 ‘에어맥스’다. 이따금 리복 ‘퓨리’와 컨버스 ‘올스타’를 신은 사람도 눈에 띈다. 10대에서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남녀 구분도 없다. 이 운동화들은 세상에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난 클래식 운동화들인데 올해 다시 ‘잇 슈즈’(it shoes)가 됐다.


거리를 메운 추억의 운동화들

1980년대 아디다스 수퍼스타를 신은 런디엠씨의 모습. [사진 런디엠씨 공식홈페이지]
올해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운동화는 단연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수퍼스타다.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 강남역, 홍대 주변까지 이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엔 ‘슈퍼스타’ ‘superstar’를 해시태그로 올린 게시물만 130만 개가 넘는다. 모두 자신이 신은 수퍼스타를 자랑하는 사진들이다. 수퍼스타는 1969년 처음 세상에 나왔다. 사람으로 치면 올해로 47세가 된 중년이다. ‘쉘 토’(shell toe)로 불리는 딱딱한 고무로 만든 발가락 보호대를 앞 코에 붙여 농구화로 출시했는데, 당시엔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운동화가 없어 70년대 미국 프로 농구선수의 75%가 이 운동화를 신었다고 한다. 80년대엔 런디엠씨 등 뉴욕의 힙합 가수와 비보이들이 신으며 거리 패션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최근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매장에 나오는 대로 전 사이즈가 다 팔리는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압구정동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플래그십 매장엔 수퍼스타를 사기 위한 대기자가 200여 명이나 된다. 매일 50켤레 정도가 들어오는 데 당일 40켤레 이상은 꼭 팔려 나간다고 한다. 이곳의 이현종 매니저는 “이미 수퍼스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다른 컬러를 사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며 “들어오면 무조건 연락 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사이즈가 안 맞아도 산다. 수퍼스타는 자기 발보다 큰 사이즈를 끈을 꽉 조여 신기 때문에 신지 못할 정도로 크지만 않으면 어떤 사이즈건 산다는 것이다. 20일 압구정 매장에서 수퍼스타를 산 박지연(33·강남구 역삼동)씨 역시 자기 발보다 20mm나 큰 250mm를 샀다. 그는 “원래 240mm를 사려고 했는데 구하기 힘들어 그냥 지금 매장에 있는 사이즈로 샀다”며 “끈을 조여 신으니 발 모양이 날렵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기 운동화인 나이키 에어맥스 역시 지난해 대비 60% 이상 매출이 올랐다. 87년 나이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팅커 헷필드가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운동화로 건물의 안과 밖이 뒤집힌 듯한 퐁피두센터 모양을 따서 밑창 안에 숨겨진 에어백을 밖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원래 나이키의 스테디셀러였지만 최근 갑자기 인기가 더 높아졌다. 인기 모델은 87년에 나온 ‘에어맥스1’과 90년 모델인 ‘에어맥스90’이다. 로고와 바탕이 모두 흰색인 ‘올흰’이나 모두 검정색인 ‘올검’이 인기인데 이 두 컬러는 매장에 나오는 즉시 바로 품절된다. 나이키 측은 “최근 에어맥스의 인기가 높아져 2013년엔 여성을 위한 ‘에어맥스 테아’를 내놨는데 이 또한 품절 상태”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나이키 에어포스와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 올해로 출시 21년째인 리복 퓨리, 68년 첫선을 보인 오니츠카타이거의 ‘맥시코’, 17년생 컨버스 ‘척 테일러 올스타’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운동화들의 공통점은 출시한 지 적게는 20년, 많게는 10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진 클래식 운동화란 점이다. 수십 년간 조금씩의 변형은 있었지만 출시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밀라노 패션 피플의 잇 아이템

클래식 운동화의 인기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봄 밀라노 컬렉션을 보기 위해 모여든 세계의 패션 관계자들 또한 수퍼스타와 에어맥스 등의 클래식 운동화들을 신었다. 패션지 ‘보그’의 김미진 에디터는 “누군가 ‘여긴 수퍼스타를 안 신으면 못 들어가는 거냐’고 농담할 만큼 쇼를 보러온 관람객 대부분이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신고 있었다”고 전했다. 첨단 패션을 보여준다는 패션 관계자들이 한껏 멋을 내기 위해 신은 신발이 운동화였던 것이다.

운동화를 패션으로 신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운도녀’(운동화를 신은 도시 여자)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지만 당시엔 여러 종류의 운동화를 신다가 올해는 클래식한 운동화로 종류가 바뀌었다. 클래식 운동화는 이제 운동할 때 혹은 휴일에만 신는 편한 신발이 아니다. 원피스나 슈트와 신거나 공식 석상이나 패션쇼처럼 한껏 차려입어야 할 때도 신는다.

고현진 건국대 의상학과 교수는 “90년대 뉴욕에서는 이미 슈트 차림에 운동화를 많이 신었다”며 “2~3년 전부터 해외 컬렉션 패션쇼에 드레스에 운동화를 신는 스타일링이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운동화를 신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클래식

클래식 운동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이현종 아디다스 매니저는 “매장에서 클래식 운동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가 과거엔 ‘이거 나 어렸을 때 신던 거야’였다가 지금은 ‘너무 예쁘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유년시절 신었던 추억의 운동화에서 지금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스타일리시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화했다는 얘기다. 유년 시절 한두 번쯤 신어봤던 친밀감도 클래식 운동화를 쉽게 선택하게 한다.

올 3월 DDP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에도 클래식 운동화를 신은 패피(패션피플)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패션전문 홍보회사 APR의 박가영 과장은 “지난해 초부터 놈코어와 스포티즘이 유행하면서 ‘모든 옷에 수퍼스타만 한 신발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지금 유행하는 옷과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발목이 좁은 조거팬츠(조깅할 때 입는 운동복)가 유행하면서 흰 양말에 클래식 운동화를 신는 게 유행이 됐다”고 말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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