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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클랩턴 공연 찾은 김정철 … 김정은에게 ‘권력욕 없다’ 시그널

평양 로열패밀리로 불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해외 나들이는 대북정보 요원 사이에선 ‘대박사건’으로 통합니다. 접하기 어려운 북한 권력의 핵심인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관련 첩보를 수집할 절호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죠. 한·미 정보당국도 경유지나 도착 국가와의 협조망을 총가동해 정보를 챙깁니다. 여권이나 비자에 올라있는 사진이나 영문이름, 공항 CC-TV 화면 등은 기본이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생년월일(1984년 1월 8일)이 정확히 파악된 것도 스위스 조기유학 당시 여권기록때문입니다.



후계자리 빼앗긴 ‘비운의 왕세자’
평양서 가장 살얼음판 걷는 인물
현영철 처형 공포정치 속 해외여행
“숙청 칼날 피하려 의도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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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옆자리 승객으로 탑승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좋아하는 기내식은 뭔지 포착해내는 작업도 은밀히 벌입니다. 고위 정보 소식통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가 과거 스위스·프랑스 등 유럽국가를 오갈때 한·미가 공조한 ‘동승공작’으로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고 귀띔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해외 체류 중이던 고영희가 김정일 위원장과 통화한 내용을 우리 고위인사가 사석에서 발설하는 보안사고가 일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비화도 있죠.



 지난주 북한 이슈를 쫓는 언론과 전문가의 눈은 런던에 쏠렸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형 정철(34)이 20일 로열 앨버트홀에 나타나서인데요. 영국 출신 뮤지션인 에릭 클랩턴의 70세 기념공연을 관람한 겁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같은 끔찍한 북한뉴스와 교차되면서 김정철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화제가 됐죠. 김정일 배지까지 떼버린채 서방음악을 흥얼거리는 모습은 공포정치를 펼치는 동생과 너무나 달랐는데요.







 김정철의 이런 노출행보는 그가 평양 권력의 핵심에서 완전히 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습니다. 그는 친부이자 ‘수령’인 김정일의 결정에 따라 후계자 지위에서 밀려나 동생에게 권력을 넘겨줬습니다. 권력층 2세 모임인 ‘봉화조’ 리더란 얘기가 나오지만, 노동당이나 군부에 자신의 권력기반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집권 4년차인 동생이 파워엘리트들을 쥐락펴락하며 유일지배체제를 한창 다지고 있는 것과 차이가 납니다. 2011년2월 싱가포르 공연 참석에 이어 런던을 찾은 그를 두고 “권력과 관계없는 행보를 일부러 드러내 보이려는 것”(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동생이 휘두르는 숙청의 칼날을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인데요.



 하지만 가계세습으로 이어진 김정은 체제의 작동이 원만치 않을 경우 대안인 ‘플랜 B’로 김정철을 꼽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고영희 사이에 태어난 2남1녀 중 장남이란 점에서 김정일 가(家)를 일컫는 ‘백두혈통’의 적임자란 뜻입니다. 이런 측면에선 동생 김정은의 견제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 가장 위험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인물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김정철일 것”(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이란 진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포스트 김정은 체제를 논하는 것 자체를 북한이 달가워할 리 없지만, 리더십 부재시 대안을 세워놓아야 하는 건 북한도 예외는 아닐겁니다.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과 형 김정철이 서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여동생 김여정(26)과 함께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다진 우애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면 문제될 건 없어보입니다. 여정은 노동당 부부장 직함으로 공개활동을 하며 오빠 김정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철이 후계자리를 빼았겼다는 생각에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한때 김정철은 유력한 후계 1순위로 권좌에 다가갔습니다. “김정철이 일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사무실에 그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구호가 걸렸다”(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는 주장까지 제기된 적이 있죠. 하지만 “여성호르몬 과다분비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대북 정보 핵심 인사)는 말이 나오면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후계자 지위를 거머쥔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44)의 평양 근거지를 급습해 거세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고, 이후 김정철의 북한 내 행보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에릭 클랩턴의 열광적 팬인 김정철은 2008년 평양 공연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공연 참관 때마다 숨바꼭질에 진땀을 빼야하니 이해할만 합니다. 하지만 녹록지 않아보입니다. 무엇보다 동생 김정은의 도발적 통치행보에 국제사회가 싸늘합니다. 공개처형 등 인권문제는 영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사안인데요. 마침 다음달 15일은 인권의 기본틀이 된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 발표 800주년이 되는 때라 “런던의 대북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란 전망입니다. ‘비운의 왕세자’ 김정철은 좌충우돌하는 듯한 동생의 리더십을 어떤 눈으로 바로보고 있을까요.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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