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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보이면 끝’ 의식한 인사 … 김무성에 대한 경고 의미도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호주 등 외교장관을 만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차기 총리 후보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중앙포토]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으며 박 대통령은 더더욱 바뀌지 않는다.”

황교안(58)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한 정치 전문가 10인의 총평이다.

지난달 27일 이완구 전 총리의 사표가 수리되고 후임 총리 지명이 20여 일이나 지체되자 세간엔 ‘총리 무용론’이란 냉소가 적지 않았다. 그 반대편엔 ‘혹시나 이번엔?’이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청와대 문건 유출-성완종 리스트 등 초대형 악재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변화를 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기존 ‘수첩 인사’ 스타일에서 벗어나 반대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과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는 ‘쇄신’형 인물을 전격 기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였다. 20여 일 장고 끝에 내린 박 대통령의 선택은 안정과 검증이었다. 21일 신임 황교안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정치개혁’에 방점을 찍었고, 황 후보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10명 중 7명 부정적 평가
과연 이번 총리 인선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중앙SUNDAY는 정치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답변 결과 열 명 중 일곱 명이 이번 총리 인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나머지 세 명도 긍정보단 “어쩔 수 없지 않나”라는 유보적·중립적 태도였다(그래픽 참조).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세 가지 인사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는 인선”이라고 정리했다. 김 교수가 지적한 ‘박 대통령 인사 3원칙’은 첫째 믿을 만한지, 둘째 대통령이 대하기 편한지, 셋째 사심이 없는 사람인지 등이다. 여기에 황 후보자가 부합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대통령으로선 나름 기준을 지켰으나 역으로 대통령 인사 스타일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 교체되지 않고 장관으로 재직 중인 인물은 모두 5명(윤병세 외교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 윤성규 환경부)이다.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후보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개국공신이라기보다는 업무로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법무부 장관이 곧바로 국무총리로 발탁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황 후보자는) 장관으로서 A+였다. 법무 행정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국회에서 발언할 때의 자세·설득력·내용 등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야당 의원의 송곳 질문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역시 “공안총리라는 야당의 공세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며 “100점짜리는 아니라도 현재 고려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층의 우호적 반응과 달리 대다수 국민은 시큰둥하다. “식상하고 지겹다. 그렇게 대통령 주변에 인물이 없나”(인터넷 ID:gall), “경제 살리자며 검찰 출신이라니, 논리 모순”(인터넷 ID:소쩍새) 등이다. 박 대통령 인사에 대한 피로감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국정 운영의 돌파구라는 측면에서 대통령도 변화를 줄 법도 한데 왜 그냥 밀고 나갈까. “박 대통령이 권력의 속성을 뼛속 깊이 알고 있기 때문”(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이라는 진단이다. “괜히 통합·포용한다며 한번 등을 보였다간 적에게 계속 당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라는 거다. 임 교수는 “어차피 떠난 산토끼를 돌리기보단 내 편인 집토끼 비위에 크게 거슬리지 않으면 하던 방식대로 계속한다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역시 “아무리 반대가 있어도 이에 밀리지 않고 국정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만만해 밀어붙이는 것”
박 대통령의 법조인 우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황교안 후보자가 지명됨에 따라 김용준·정홍원·안대희씨에 이어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법조인 출신 총리 후보자가 됐다. 황 후보자가 공안통이었다는 점을 들어 일각에선 이완구 전 총리의 낙마로 자칫 흐지부지될 수 있는 사정정국을 강력히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또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사의 이후 다소 느슨해진 검찰·국정원·경찰 등 사정기관 장악력을 다시금 높이는 계기라는 분석이다.

김형준 교수는 “4·29 재·보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전패 결과가 이번 인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야권은 대통령에게 ‘왜 그런 사람을 뽑느냐’고 비판만 하지 말고 ‘우리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저렇게 인사하겠나’라고 자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발 더 들어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황 후보자 지명은 여권 김무성 지도부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4·29 재·보선 완승으로 자칫 힘이 쏠리고 있는 김무성 체제에 대해 “사정에 능한 총리를 임명함으로써 야권은 물론 여권에도 긴장감을 주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역시 “여당 입장에선 대놓고 반발하진 못하겠지만 국민 여론을 생각했을 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황 후보자 지명 직후인 22일 대한민국헌정회 정책 포럼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좀 더 강한 웅변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 부족함을 느낀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철희 소장은 “김무성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지 않나. 게다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 ‘향후 총선 등에서 무조건 뒤로 물러나 있지는 않겠다, 박근혜 여전히 살아 있다’란 메시지를 황교안 카드로 피력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정적 한 방 여부가 청문회 통과 관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총리마다 하나의 과제를 안게 된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처리가 대표적 예”라며 “황교안 후보자 역시 부정부패 청산을 과제로 삼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후보자는 이미 2년 전 장관 청문회를 거친 바 있다. 하지만 전망은 녹록하지 않다. 새정치연합이 잔뜩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쟁점은 2011년 부산고검장 퇴임 이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17개월 있으면서 16억원을 받았다는 전관예우, 10년간 365만 명 중 4명만 결렸다는 희귀병 ‘만성담마진(두드러기 질환)’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점 등이다. 논란은 가능하나 기시감이 있기에 낙마까진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유창선 평론가는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결국 총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민우·이충형·천권필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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