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3040도 단골 … 평균 69세 ‘실버 가위손’

인천 은빛미용실 미용사는 모두 할머니다. 하지만 “머리가 예쁘게 나온다”는 소문에 젊은 층도 많이 찾는다. 황선덕 원장(왼쪽)이 21일 20대 손님의 머리를 염색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21일 인천계양시니어클럽 2층 은빛미용실. 오전 9시 문이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손님 서너 명이 들어섰다. “내일 잔치 보러 가요. 단정하게 보이게 뒷머리와 옆머리는 약간만 잘라줘요. 그렇다고 파마끼가 너무 없어도 안 되고. 염색도 꼼꼼히 해주세요.”

계양시니어클럽 은빛미용실
40년 경력 노인 미용사 활동
가격은 대형 헤어숍의 절반



 전영숙(76) 할머니의 까다로운 주문에 황선덕(65·여) 원장이 “염려 마시라”며 슥삭슥삭 가위질을 시작했다. “내가 이래서 여기만 온다니깐.” 거울 속 머리 모양을 바라보던 전 할머니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2013년 4월 문을 연 이 미용실은 주민들 사이에서 ‘어르신 미용실’로 불린다. 환갑을 훌쩍 넘긴 전직 미용사 9명이 활동하고 있어서다. 평균 나이만 69세. 경력도 최소 40년 이상이다.



 할머니들 모두 젊은 시절 ‘머리 잘한다’는 말을 꽤나 들었던 베테랑 미용사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은퇴를 해야 했다. 헤어스타일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미용실도 대형화하면서 젊은 미용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인천계양시니어클럽이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실버 미용실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위손 할머니’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은퇴 후에도 “다시 가위를 잡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다는 이들은 실기와 면접을 거뜬히 통과하고 현장에 복귀하게 됐다.



 할머니들은 먼저 가격을 낮췄다. 후발주자인 만큼 다른 미용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커트 4000원(65세 이하는 5000원)에 드라이는 5000원, 셋팅·매직파마는 3만원부터로 대형 미용실의 절반 가격이다. 말만 잘하면 에누리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싼 약품이나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고급 미용실에서 쓰는 파마약은 물론 원적외선기 등 최신 장비도 갖췄다.



 황 원장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정부 보조금도 받고 있어 비싼 약품과 기계를 쓰면서도 저렴한 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행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강사들을 매년 10여 차례 초청해 신기술도 배웠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인천은 물론 경기도 부천·광명 등에서도 할머니 손님들이 몰렸다. 최근엔 할머니를 따라오는 할아버지와 30~40대 손님도 부쩍 늘었다. 손님 세 명 중 한 명은 40대 이하일 정도다. 커트와 뿌리 염색을 하러 3개월마다 온다는 김은정(30)씨는 “다른 미용실에서 염색하면 머리가 따끔거려 불편했는데 여기선 그런 게 전혀 없다”며 “가격도 저렴해 단골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 미용사들은 3인 1조로 1주일에 2~3일, 하루 8시간씩 일한다. 일·월요일은 쉬다 보니 일반 미용사들보다 많이 벌진 못하지만 “돈 버는 재미보다 일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전재옥(73) 미용사는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머리가 마음에 든다’는 손님 말만 들으면 절로 신이 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은빛미용실이 큰 호응을 얻자 인천계양시니어클럽은 2, 3호점을 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엄경아 관장은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겠다며 매달 2~3차례씩 찾아오고 있다”며 “어르신 미용실을 적극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