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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오페라로 배웠네]<18>피가로의 결혼…시집간 그녀가 왜 연락했냐고?

후배 C에게.

지난 번에 네 고민을 친절히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난 카톡을 검색해보니 내 답이 너무 짧더라.

네가 뭐라고 했었지? “요새 심란해요. 시집 간 전 여친이 왜 문자를 하는 거에요?”

그땐 왜 나한테 물어보는지 좀 어리둥절했어.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떻냐”라고 답했던가.

여튼 내가 선배지만 좀 너무했다.







지금 너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오페라가 한 편 있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이야. 그래, “피~가로 피~가로” 하는 그 피가로.

거기에 우아한 백작부인이 나와. 어떤 남자(백작)가 열렬히 사랑한다고 해서 넘어가 결혼해줬지. 아이도 낳았고.

그런데 결혼은 문제의 발단이었어. 남편이 어여쁜 하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거지.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백작부인은 “남자들이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는 동안 난 남편만 보고 있었다”면서 억울하다고 노래하지.







여기에서 백작부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집안의 앳된 사환(혹은 시동)과 오묘한 관계를 유지하는 거지!

시동의 이름은 케루비노, 사춘기를 막 지난 듯 해. 사랑에 대한 막연한 동경, 아름다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어.

몇살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연상일 백작부인을 뜨겁게 사모하고 있지. 이건 집안의 공공연한 비밀이야.







난 백작부인이 ‘뭣 때문에 저런 어린아이에게 넘어가겠나’ 싶었어.

그런데 최근 한 작품에서 연출가가 희한한 구도를 그려놨더라. 백작부인이 시동에게 아주 80~90%는 넘어가는 것 같은 거야!



왜일까. 왜 그랬을까. 왜 백작부인은 애송이 같은 아이에게 잠시나마 마음을 빼앗기는 걸까.

아마 남편과 정반대이기 때문일 거야. 백작부인의 남편은 부인을 의심하면서 옷장 문 부수겠다고 도끼 들고 설치는 남자야.

그런데 앳된 남자 시동은 ‘팔의 살결이 여자보다 더 희고 고운’ 걸로 나와. 허구헌날 울고, 다치고 말이야.

그 ‘다름’에 끌린 거야, 백작부인은!







결혼은 생활을 동반하지. 때로는 늪처럼 깊고 어둡고 추운, 그런 실제 생활 말이야.

남편이 꼭 바람을 피워야 공허해지는 건 아니야.

늪에 빠진 것 같은 기혼자들은 그래서 ‘다름’이 필요한 거야. 그걸 사랑으로 착각할 때도 많고.

아마 시집 간 많은 여성들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고 있겠지.

한 때 기세좋게 차버렸던 상대까지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난 그녀가 왜 연락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네 팔의 살결이 여자보다 희지 않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지만...



참, 오페라 결론은 말 안 해도 알겠지? 그냥 다들 원래 짝과 손 잡고 노래하며 끝난다.

한번 같이 보러가자. 힘내.



내얘기아님 기자 countessrosina@joongang.co.k*r



※기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입니다. 이 칼럼은 익명으로 게재됩니다. 필자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중 한 명입니다. 다양한 문화 콘텐트로 연애를 다루는 이 칼럼은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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