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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안전조치 위반 벌금 2000만원 vs 934억원

임영섭
안전보건공단 기획이사
얼마 전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플로리다 법원이 안전사고로 근로자를 사망시킨 고용주에게 15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2013년 당시 14세인 한 소년이 15미터 높이의 나무에서 체인톱으로 가지를 베던 중 떨어져 사망했다. 법원은 아동살인죄를 적용했다. 작업을 시키기 전에 적절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고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아서 사망케 했다는 판단이다.



 2008년 이천에서 일어난 냉동창고 화재사고는 4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화성 물질이 있는 장소에서 용접작업을 금해야 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조차 소홀히 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해당 업체 대표에게 20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2013년 당진의 제철공장에서 아르곤가스 질식으로 5명이 사망한 사고 책임을 물어 부사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는 수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친다. 미국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업체에게 8743만 달러(약 934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적도 있다.



 우리는 1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국민은 분개했고 안전은 모든 이의 화두가 됐다. 안전을 관리하는 조직을 바꾸었고 제도도 강화했다. 이제 우리는 안전할까?



 독일의 사회철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현대의 위험은 불특정 다수에게 예측할 수 없이 다가오는 것이고,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라 했다. 그래서 위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전은 구호에서 나올 수도 없고, 조직을 바꾸거나 법을 강화한다고 당장 해결될 일도 아니다. 돈이 되는 화물을 더 싣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수단인 평형수를 뺄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선 말이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두고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유럽안전보건청(EU OSHA)은 학교에서 안전을 별개의 과목으로 교육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안전을 별개의 영역, 전문가가 하는 것으로 잘 못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제, 과학, 기술, 체육 등 필요한 과목에 안전이 기본으로 녹아 있어야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영국은 2008년 이른바 ‘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안전조치 위반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법인인 기업에게도 죄를 묻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강력한 법을 제정할 단계에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이런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안전이 선택적이거나 시혜적이 될 수 없지 않을까.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있을지 모르는 더 큰 비용을 줄이려는 경영의 본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느 사업주가 운송수입을 늘리기 위해 평형수를 빼려는 생각을 감히 하겠는가. 불똥이 튀면 대형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작업현장에서 용접을 하도록 방치하는 경영자가 있겠는가. 이런 사회라면 근로자를 사망케 한 범죄행위에 대해 15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판사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임영섭 안전보건공단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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