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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 교육, 세계의 칭찬에 웃을 때 아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20일 오후 인천 송도컨벤시아 전체회의장. ‘한국교육 특별세션’이 시작되자 연단 뒤편의 스크린에 전쟁으로 무너진 건물더미 사진이 등장했다. 수백 명의 참석자들이 숙연해졌다. 잠시 뒤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한 한강의 야경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행사장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두 장의 사진은 60여 년 동안 한국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기조 발제를 맡은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교육을 통해 이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주인공은 단연 한국 교육이었다.



 하지만 찬사에만 젖어 있을 수 없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의 교육열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칭찬했지만 이를 민망하게 여기는 우리 국민도 많다. 그 뒤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도 학업 점수는 높지만 학업에 대한 흥미도나 자존감 등 다른 평가 영역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중학생과 그 학부모는 자사고나 과학고 입학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고, 고교생은 대입에, 대학생은 ‘스펙’에 목숨을 건다.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들을 실험실이 아닌 교실에 앉혀 놓고 교과서 외우기를 시키고 있다. 키쇼어 싱 유엔 교육기본권 특별보고관에게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자 깜짝 놀라며 “학생이 행복한 교육환경을 위해 가정과 같이 따듯한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교육학자는 “교육열이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도 분명히 우리 교육의 특색이다. 한국교육 특별세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토론회가 되려면 이런 문제도 진지하게 다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 특별세션이 끝나갈 때쯤 교육운동가 문아영(32)씨가 손을 번쩍 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마어마한 세금으로 수백 명을 모아놓고 자화자찬만 늘어놓는 게 어이가 없다”며 “대학생들이 학자금 마련 때문에 빚쟁이가 되는 부정적 현실에 대한 토론 없이 어떻게 미래를 논할 수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곳곳에서 박수가 터졌다. 공감하는 이가 많았다는 뜻이다. 성대히 치러진 세계교육포럼은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의 보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세우고 21일 폐막했다. 동시에 한국 교육에 대한 칭찬 릴레이도 끝났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노진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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