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박재현의 시시각각] 수사팀에 필요한 건 ‘무대포 정신’

박재현
논설위원
성완종 사건의 남은 관심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여부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작된 수사치곤 중간 결과가 나쁘지 않다. 홍준표 지사는 물론 이완구 전 총리까지 기소키로한 것은 수사팀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사는 이제부터다. 검사들이 잘 쓰는 표현처럼 ‘거악(巨惡) 척결’이 남았다.



 그러나 수사는 생각 밖으로 더디기만 하다. 이 때문에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다. 수사 의지를 문제 삼는 비판도 나온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국무총리 후보 내정도 수사의 변수가 될 것이다.



 “8명 중 두 명을 제외한 6명의 ‘유의미한’ 동선(動線)을 살펴보고 있다”는 설명은 유의미하게 들리지 않는다. “(수사할)시간이 많이 부족하고, 증거 인멸이 계속되고 있다”는 하소연에 대한 반응은 냉랭하다. 6명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거나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한 검사의 설명은 좀 더 직설적이다.



 -두 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나.



 “야구에서 2할5푼의 타율은 평균이다. 3할대를 치려면 많은 연습과 준비를 해야 한다.” (※8명 중 2명을 기소해 25%의 성공률을 보인 것은 나름 선방했다는 의미)



 -나머지 6명은 수사를 안 한다는 말인가.



 “무슨 일이 있었나 알아는 보겠지. 그렇다고 대선자금 수사라고 보면 좀 그렇다. 성완종씨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수사를 하란 말인가. 2003년 대선자금 수사의 추억을 가지면 안 된다. 그때는 SK에서 물증을 확보하고 수사를 시작했다.”(※대선자금 수사는 불가능하고 정치인 개인의 정치자금법 위반이 있었는지는 챙겨보겠다는 것)



 그럼 노무현 정부 때 대선자금 수사는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시작됐을까. 수사의 시발점은 대통령 측근인 최도술씨였다. 최씨가 SK에서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서 수사 확대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셌다. 검찰의 고심도 그만큼 컸다. 불과 1년 전 SK 분식회계 사건에서 확보한 수사 단서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에 나섰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수사의 배경은 상황논리였다”고 말했다. “증거가 부족한 일부 기업은 ‘협조하면 선처해 주겠다’며 회유하는 방식으로 자백을 받았다.” 한 검사의 말이다. “진실을 위해선 어떠한 것도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당시 사건에서 가장 중요했었던 것 같았다. 한마디로 ‘무대포 정신’이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성씨가 남긴 메모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수사의 단서는 충분하다. 리스트 당사자들을 상대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왜 미적거릴까. 이 정부 들어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관행이 내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검사스러웠던’ 검찰이 두 번의 보수 정부를 거치면서 수사보다 정치적 판단을 먼저 하는 습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다. 황 장관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의 잇따른 중용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가치관이 바뀐 것도 또 다른 요소일 것이란 주장도 있다.



 검사들은 개인의 수행과 참선을 강조했던 김 총장의 불교관이 국가와 조직을 우선시하는 ‘호국(護國)불교’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바람처럼 물처럼 떠 다니는 중생’의 모습은 ‘통치를 위한 보필’의 자세가 됐다는 것이다. 한 검사의 설명.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퇴진과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김 총장에게 많은 책임을 지우게 했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검찰권 행사도 절제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요구하는 이들의 지적이 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권력형 비리 수사는 무대포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민을 믿고 일단 뛰어들어야 한다. 좌고우면하는 순간 정치 논리에 휩싸여 수사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명색이 국민타자가 2할5푼의 타율에 만족해서야 되겠나.



박재현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