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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마음을 비워요, 행복이 찹니다





템플스테이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숲 냄새가 그리울때, 사람이 밉고 일이 싫어질 때, 산속 외진 사찰을 생각한다. 고즈넉한 절집에 짐을 풀고,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산에 올라 명상하고 싶은 마음이 사무친다. 템플스테이, 그러니까 절집에 잠시 머무르는 일만으로도 힐링은 멀지 않다.



산속 절집에 드는 것은 자연의 품에 안기는 일이자, 나를 비우는 일이고, 참된 나를 찾는 일이다. 덧없는 번뇌를 매질하는 일이고, 자연 아래 제 존재의 가벼움을 인정하는 일이고, 쌀 한 톨의 고마움을 깨닫는 일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아침 공양 후 마당을 쓸면서 몸을 움직인다.




전국에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이 114곳이나 된다. 예불, 발우공양?참선?백팔배 등 불교 의례를 통해 속세의 고통을 치유한다. 누구에게나 절집의 문은 열려있다. 불자가 아니어도 번뇌와 행복 모두가 제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반찬 투정하는 아이도 그릇을 싹싹 비우며 감사함을 배우며,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두 손을 모아 가르침을 구한다. 템플스테이는 부처님을 맞이하는 가장 쉽고 또 적극적인 방법이다. 불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나를 위한 행복 여행이다.



지난주 week&은 산사에서 주말을 보냈다. 신앙이 없는 두 기자가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돌아왔다. 전남 해남 미황사(사진)와 충북 보은 법주사에 각자 짐을 풀었다. 한쪽에서는 묵언 수행과 참선을하며 구도자의 심경으로 자신을 다스렸다. 다른 한쪽에서는 스님과 명상을 하고 담소를 나누며 위안을 얻었다. 이따금 죽비로 맞았고, 따듯한 말 한마디에 고개를 숙였다. 템플스테이는 백팔번뇌를 지우고 마음을 치유하는 살가운 처방전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코앞이다.









법주사 보관스님과 속리산 수정봉 정상에 올라 바위에 앉았다. 눈을 감고 바람과 햇빛, 새의 지저귐을 느꼈다. 속세의 번뇌는 그곳에 없었다.




미황사·법주사 템플스테이 비교체험



사찰에 따라 템플스테이는 프로그램도, 분위기도 다르다. 각자 자신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야 한다. week&의 두 기자가 묵언 수행과 참선을 행하는 전남 해남 미황사와, 스님과 자유로이 묻고 답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충북 보은 법주사를 각각 찾았다. 하나는 프로그램이 빡빡하고, 다른 하나는 여유롭다. 말하자면 ‘험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순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비교 체험한 셈이다.





땅끝에서 마주하는 첫 출발 │ 달마산 미황사



참선은 미황사 템플스테이의 중요 일과다. 가부좌를 틀고 내면에 집중한다.




전남 해남 미황사는 정말 땅끝의 절이었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버스로 5시간30분, 해남 버스터미널에서 절까지 승합차로 30분이 더 걸렸다. 오후 2시 드디어 미황사에 도착했다. 피로감이 잦아들 만큼 절은 자태가 빼어났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다도해가 내려다보이고 절 뒤편에는 달마산이 펼쳐졌다.



미황사는 아름다운 풍광 말고도 유명한 게 또 있다. 장장 7박8일 이어지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사랑의 향기’다. 힘들기로 소문난 템플스테이에 사람들이 앞다퉈 참가 신청을 한단다. 까닭이 궁금했다. 절로부터 2박3일 맛보기 체험을 허락받았다. 사실 미황사에 오기 전부터 마음이 달떴다. 취재를 핑계로 맑은 공기 쐬며 맛있는 사찰음식을 먹고 쉬다 올 요량이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간 셈이었다.



한데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오후 2시 템플스테이 수련관인 청운당에 참가자 11명이 집결했다. 먼길 달려온 중생에게 차 한 잔 내주시려나 기대했는데, 비구니 스님은 “수행에 불필요한 물건을 대신 보관해 두겠다”고 말했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분명 ‘소지품 검사’였다. 모두가 휴대전화·지갑 따위를 내놨다.



금강스님과 즐기는 다도 시간. 스님이 차를 우리고 마시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잘 오셨습니다. 예까지 오는 길도, 예까지 오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수행의 하나였을 겁니다.”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의 따뜻한 환대에 긴장이 조금 누그러졌다. 스님은 준비와 각오를 하라는 ‘엄포’는 잊지 않았다. ‘참사람의 향기’는 몸보다 정신을 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일정 내내 묵언 수행은 기본이고 매일 6시간 이상 참선을 해야 한다. 참가자는 하나같이 엄숙하고 진지했다. 가볍게 마음을 먹은 것이 머쓱했다.



그날 저녁부터 바로 묵언 수행과 참선이 시작됐다. 짝, 죽비 소리가 울리자 반가부좌를 틀었다. 허리를 펴고 두 손을 단전에 모았다.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세요.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하는 생각은 접으세요.”



남 일을 묻고 다니는 게 밥벌이인데, 쉽게 집중이 될 리 만무했다. ‘취재형’ 인간의 번뇌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 모인 각자의 사연, 사찰음식 레시피, 금강스님의 과거(?)를 캐고 싶었다. 아뿔싸. ‘장군죽비’를 든 스님이 앞에 섰다. 일반 죽비보다 두 배는 더 길었다. 맞기 좋게 어깨를 수그렸다. 짝·짝·짝. 차진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속리산 숲길 걷기 명상 프로그램. 한적한 숲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화를 달랠 수 있다.




이튿날 오전 5시. 스님의 염불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침 예불을 드리고 경내를 쓸고 닦았다. 그리고는 금강스님과 숲길을 따라 한 시간을 걸었다. 넓적한 바위가 깔린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평평한 바위에 앉았다.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울렸다. 비로소 침묵이 즐거웠다. 살아 숨 쉬는 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내가 고마웠다.



절에서는 밥을 먹는 것도 수행이었다. 점심은 발우공양이었다. 내 발우(그릇)에 담긴 밥과 찬을 모조리 비우고 발우에 물을 부어 헹군 물을 마셨다. 공기 좋은 곳에 오면 왜 그렇게 배가 고픈 건지, 오후 내내 저녁 시간을 기다렸는데 당근주스만 나왔다. 공양의 즐거움을 빼앗긴 기분이었지만, 스님 말씀대로 몸이 가벼우니 참선 시간에 다리와 엉덩이가 덜 아팠다.



셋째 날은 새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침 공양을 하고 나서 오전 내내 참선이 이어졌다. 절에서 두 밤을 보냈지만 참선은 전혀 익숙해지지도 쉬워지지도 않았다. 마지막 날까지 입 다물고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있느라 진땀이 났다. 참된 내가 무엇인지 답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대신 진득하게 나를 대면했다. 땅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만났다. 속세로 향하는 하산길이 내내 아쉬웠다.





●여행정보=전남 해남 달마산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창건됐다. 한해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름난 사찰이다. 주지 금강스님의 주도로 2005년부터 참선 집중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를 운영하고 있다. 매월 한 차례 7박8일 일정으로 진행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mihwangsa.com)에서 할 수 있다. 참가 신청서를 성의없게 작성하면 탈락할 수 있다.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오전 7시30분 해남행 첫차를 타면 해남 버스터미널 앞에 대기 중인 미황사 승합차를 탈 수 있다. 참가비 50만원. 061-533-3521.





쉼과 위안 │ 속리산 법주사



법주사 템플스테이 숙소 전경.




절집에 빚을 지고 사는 건 어쩌면 여행기자의 숙명이다. 사찰을 통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있어서다. 자연 속으로 잠복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으레 산사를 기웃거렸다. 지난봄에도 전남 순천 금둔사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고 홍매화를 담았다.



온전히 머무르기 위해 절집에 든 것은 처음이었다. 템플스테이를 주관하는 법주사 보관스님을 뵙자 곧 도둑이 제 발 저린 심경이 됐다. “무엇이든 배우고 가겠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답했다. “그냥 푹 쉬다 가시지요.”



수행복과 함께 건네받은 일정표는 단출했다. 공양과 예불 사이에 명상 시간이 자리한 게 다였다. 곧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대학생 21명과 함께 강당에 둘러앉았다. 자기 소개는 사찰을 찾은 이유를 각자 터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취업 준비만 생각하면 놀아도 노는 것 같지가 않고….” 고민이 터져나올 때마다 청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이어 스님이 모두를 자리에 눕히고, 명상 음악을 틀었다. 다들 눈을 감았다. 잠잠한 가운데 평온함이 흘렀다.



“사찰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내려놓는 거 어때요. 일상의 스트레스를 벗는 것도 수행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법주사 템플스테이를 이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울화통 캠프’. 이유는 알 만했다. 스님의 수행법과 사찰 예절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고 화를 덜어내는 일이 이곳에선 중요한 과제였다. 특별한 강요는 없었다. 입을 막지도, 휴대전화를 압수하지도 않았다.



법주사 금동미륵대불 앞에 선 참가자들.




명상 후에 이어진 법주사 탐방시간에는 해설사가 따라붙었다. 자유롭게 묻고 답하며 사찰 곳곳을 누볐다. 33m 높이의 금동미륵대불 앞에 섰다. 누군가는 합장해 머리를 조아리고, 누군가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공양 시간도 다르지 않았다. 뷔페식으로 마련된 사찰음식을 각자 내키는 대로 덜어다 먹었다. 메뉴 중에는 카레와 샐러드도 있었다. 음식 사진을 찍으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새 얼굴이 보였다. ‘보관스님 - 삶은 위대한 스승’. 그럼 나도! ‘백종현 - 마음 내려놓기.’



저녁 예불을 드린 뒤 다시 마주 앉은 우리는 A4 용지와 펜을 하나씩 건네 받았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또 부정적으로 이끈 사건과 사람에 대해서 쓰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옆자리 대학생이 재밌다는 눈치다. “번지르르한 자기소개서라면 이골이 날 지경인데, 진짜 나를 쓰려니 묘하네요.”



그날 저녁 한바탕 게임이 벌어졌다. 보관스님의 진행 아래 방석 뺏기와 칭찬릴레이를 했다. 신앙이 없는 나로서는 “교회 오빠”로 불릴 수 있는 커뮤니티가 늘 부럽고 궁금했었다. 그날 저녁 21명의 ‘절 동생’이 생겼다.



편안히 누워서 하는 음악 명상은 법주사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전 3시 기상. 보관 스님이 새벽 예불과 백팔배를 마친 참가자들을 이끌고 사찰 뒤편 수정봉(565m)에 올랐다. 정상에서 숨을 헐떡이는 사이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바위 위에 앉았다. 뒤이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자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느껴졌다. 귀를 간질이는 바람, 지저귀는 새 소리, 따뜻한 아침 햇빛이 온몸을 자극했다.



“무엇이 그리 바쁜가요. 이미 극락 안에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네요.”



속세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보관스님이 자신이 지은 에세이집 『울화통 캠프』를 건넸다. ‘관계로부터 상처받는 당신에게’로 시작해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죽습니다’로 끝나는 목차 앞에 한번 더 고개가 숙여졌다.





●여행정보=법주사(beopjusa.org)는 속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다. 법주사 템플스테이는 ‘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찰의 기본일과(공양시간·예불시간)와 예절을 준수하는 선에서 자유롭게 일정을 소화한다. 오전 3시30분 예불이 있지만 참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휴대전화도 쓸 수 있다. 평일에 운영되는 휴식형 템플스테이에는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다. 참가자 스스로 정진하면 된다. 요청하면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주로 주말에 진행된다. 음악 명상, 수정봉 산행, 새벽 예불, 백팔배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정원 20명을 못 채우면 취소될 수 있다. 1박2일 기준 7만원. 043-544-5656.





글=백종현·양보라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특색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크게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휴식형은 예불·공양 등 최소한의 규칙만 지키면 되지만, 체험형은 사찰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특색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031-775-5797) 템플스테이에는 연잎?뽕잎밥 체험 프로그램이란 게 있다. 용문사 앞에 있는 친환경농업박물관에서 사찰요리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천연 재료로 만든 전통 뽕잎밥을 만들어서 먹는다. 갓 지은 뽕잎밥에 뽕잎장아찌 등 무침요리와 갖은 채소를 넣고 된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1박2일 6만원.



전남 순천 송광사(061-755-5350)는 법정스님(1932∼2010)의 얼이 서린 곳이다. 송광사 옆으로 법정스님의수도 도량이었던 불일암이 자리한다. 송광사로부터 불일암으로 드는 길을 가리켜 ‘무소유길’이라 부른다. 송광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무소유길을 걷고 불일암·감로암 등 암자를 돌아보는 ‘암자 한바퀴’ 포행(布行. 천천히 걸으며 참선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송광사스님이 길 안내를 직접 맡는다. 2박3일 13만원.



대구 동화사(053-980-79794) 템플스테이에서는 수공예품 만들기 프로그램이 인기다. 속세의 때를 벗기는 마음으로 나무를 사포로 문질러 잔탁(나무찻잔)을 만든다. 백팔염주 만들기도 할 수 있다. 1박2일 6만원.



전남 진도 쌍계사(061-542-1165) 템플스테이에서는 이틀째 아침 공양 후 산행이 이어진다. 대웅전 뒤편에 우뚝 솟은 첨찰산(484m) 정상을 스님과 함께 오른다. 왕복 1시간30분 코스다. 점심 공양 뒤에는 천연 염색체험이 이어진다. 1박2일 4만원.



가야산 자락의 경북 성주 심원사(054-931-6886) 템플스테이에는 어린이 전용 프로그램이 있다. 이튿날 오전 국립공원 숲해설가와 함께 가야산 생태학습이 이어진다. 어른들은 스님과 함께 2시간 코스의 가야산만물상 산행으로 심신을 단련한다. 1박2일 어른 5만원, 어린이 3만원. 하나 더. 템플스테이는 연중 진행된다. 부처님 오신 날 즈음과 여름 휴가철에는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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