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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기조연설

한 나라의 수장까지 올랐던 이들은 달랐다. ‘평화와 번영’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와 표현이 가미되니 관객들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21일 제주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각국 정상들은 ‘상석(上席)’ 같은 비유나 ‘아시아 극(極)’ 같은 새로운 개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 같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속담으로 아시아의 미래를 논했다.

조 클라크 전 캐나다 총리는 “누가 테이블 상석에 앉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테이블에서 협력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상석무용론을 제기했다. 그는 “전 세계가 미ㆍ중을 주목하고 있지만, 오히려 중견국이 새로운 회담개최나 국제공조체제 구축 같은 제안을 하기 유리하다”며 “한국과 캐나다 모두 패권국가 바로 옆에 자리한 중견국으로서 갈등을 중재하고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는 ‘슈퍼 파워’에 대항하는 ‘신 아시아 극’을 언급했다. 후쿠다 총리는 “슈퍼 파워 1강이나 몇몇 나라가 세계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미들 파워가 협력해서 이끌어나가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아시아의 슈퍼 파워인 일본·한국·중국·인도·호주·아세안 등이 ‘새로운 아시아 극(중심)’으로서 협력하는 가운데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권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는 ‘너도 옳고, 너도 옳다’는 일화로 유명한 황희 정승이 됐다. 그는 “미중 관계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국의 부상은 경제적으로 전세계인에게 이익이며 미국 또한 이 지역에서 존재감을 가지는 것이 한국·일본·호주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자국의 경험을 통해 청중의 공감을 이끌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역국가간 역내 협력이 평화·발전·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며 “유럽도 공통 시장, 공통 통화, 유럽 통합을 통해서 국가주의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째, 둘째, 셋째 같은 체계적 설명방식을 택한 정상도 있었다.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아시아는 몇 세대에 걸쳐 오랫동안 갈등이 축적되어 있기에 신뢰가 필요하다”며 3가지 신뢰 구축방안을 제시했다. 역사 등 과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노력을 하는 ‘전향적 접근’과 서로 주고받는 ‘윈윈(win-win) 접근’, 정치적인 부담을 안고서라도 용기를 내 관계를 개선하는 ‘리더십’을 신뢰 구축의 핵심으로 꼽았다.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딸로 시진핑 주석과 유년시절부터 가까운 리샤오린(李小林)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은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나란히 있고 여기에 더해 우리는 신뢰와 화합으로 가득한 새로운 아시아를 만드는 아시아의 꿈을 꾸고 있다”며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중국 속담이 있듯 서로를 믿고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샤오린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비공식 특사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고, 지난해에는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11월 중ㆍ일 정상회담의 산파역할을 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개회사에서 “격변의 정세로 요동치는 아시아의 긴장은 어느 국가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아시아를 위해 한반도와 중국, 일본과 동남아를 아우르는 평화의 기운이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전쟁없는 평화가 아니라 치유의 평화, 관용의 평화, 에너지의 평화로 확산된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21세기는 아시아와 태평양의 시대”라며 “한ㆍ중ㆍ일 사이 많은 대화를 통해 항구적 안보환경을 만들고 신뢰와 조화를 통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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