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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둔다' 농사짓는 TV예능이 대세

이서진. [사진 중앙포토DB]


TV프로, 그것도 예능프로가 '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둔다'고 하면, 일종의 비유로 들리기 십상이었다. 헌데 더 이상은 아니다. 15일 시작한 '삼시세끼-정선편'(tvN, 금요일 오후 9시45분)이 좋은 예다. 지난 가을의 원조'삼시세끼' 후속이자, 겨울의 '삼시세끼-어촌편'에 이은 이른바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 세번째 시즌이다.

첫회에서 이서진·옥택연·김광규 등 출연진은 지난 가을 수수를 수확했던 밭을 갈고 한켠에 씨감자를 심었다. 밭의 규모가 1000평이나 되는 만큼, 앞으로 옥수수 등 여러 작물을 심어볼 참이다. 나영석 PD는 제작보고회에서 "처음 '삼시세끼'를 기획할 때부터 1년 사계절을 천천히 보여드릴 계획이었다"며 "봄에 씨앗을 심어 어떻게 열매를 맺고 땀의 결실을 거두게 되는지, 꼭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송기간을 넉 달로 넉넉히 잡은 것도 그래서다. 이전의 두 시즌이 각각 10회 안팎, 약 두 달쯤 방송했던 것보다 길어졌다. 촬영지인 강원도 정선의 농가도 1년 계약으로 빌려 놓았다고 한다. 이전의 두 시즌이 다른 이가 기른 텃밭의 채소를 이용하거나 물고기를 잡는 등 채집·수렵 위주였다면 이제는 '자급자족'이 경작을 겸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23일 시작하는 '인간의 조건3'(KBS2, 토요일 오후 11시45분)은 서울에서 농사를 짓는다. 영등포구청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구청 옥상에 100평 규모로 터를 잡고 흙을 깔았다. 이전 시즌이 휴대전화·TV 같은 문명의 편의 없이 사는 체험을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원승연 PD는 "이전에 '빼기'를 통해 인간의 조건, 즉 사람답게 사는 조건을 고민해 봤다면 이번에는 '더하기'"라며 "농사가 생활에 들어오면서 출연자들이 달라지는 모습, 전에 보지 못했던 걸 보고 알지 못했던 걸 알게 되며 변화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띈다"고 전했다.

윤종신·조정치·정태호·박성광 등 출연진 6명은 전체 촬영이 아닌 날에도 당번을 정해 번갈아 텃밭에 들린다고 한다. 모두 도시 출신 농사초보라 "고랑이 뭔지, 이랑이 뭔지도 모르던" 이들이지만, 매일 물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서로 자연스레 나눈 결과다. 이 프로는 출연자들이 각자 50만원씩을 각출해 마련한 공동자금으로 모종·씨앗 고르기부터 "알아서" 하는 방식이다. 그 중에는 이미 '냉장고를 부탁해'(JTBC) 등에서 활약중인 최현석·정창욱 같은 전문 요리사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예능에 최적의 출연자로 생각했을 뿐, 요리를 시킬 생각으로 섭외한 건 결코 아니란 설명이다. 원 PD는 "알고 보니 대부분의 쉐프는 식재료를 직접 기르는 게 로망이라고 하더라"며 "다른 출연자보다 두 단계는 더 아는 게 많아서 큰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말했다.

농사라는 새로운 예능이 과연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재미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삼시세끼' 시리즈를 맛깔나게 요리해온 나영석 PD는 짐짓 "간단한 작물부터 심는 거라 지루할 수도 있다"면서 "이제까지 그래왔듯, 무리수를 두지 않고 이전의 시리즈를 좋아하신 분들이 좋아할 프로로 만들겠다"고 했다. '삼시세끼'를 함께 연출하는 신효정 PD는 "자연이 어떤 촬영용 세트보다 좋은 세트"라며 "귀농·귀촌을 직접 체험하기 힘든 분들도 TV로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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