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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인가 아니면 신의 한수인가 … 경제특구의 미래, 경제자치도시

  폴란드 중부 도시 우츠, 19세기와 20세기 초 폴란드의 산업혁명 중심지였다. 폴란드의 버밍엄이라고도 불린다. 버밍엄은 영국 산업혁명의 발상지다. 우츠는 사회조의 시대 폴란드 산업의 중심지, 특히 섬유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요즘 우츠는 도시 재생 중이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 붉은 벽돌로 지은 공장 건물이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문화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벽돌 공장을 밀고 현대식으로 다시 짓는 방식이 아니다. 낡은 공장을 현대 미술관으로 변신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방식을 도시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건물 한 채가 아니라 시 전체를 되살린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우츠시 투자자협력기구의 카밀라 마키비츠는 “경제특구(SEZ: Special Economic Zone)로 지정된 이후 도시 자체가 부활하고 시민의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특구에서는 세금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경제특구는 우츠만이 아니다. 폴란드 남부 도시인 크라쿠프도 외국 기업을 부르는 곳 가운데 하나다. 폴란드 천년의 고향답게 전통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도시지만 요즘은 세금 감면 등을 내세워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

최근 톰슨로이터는 “경제 특구를 통해 시장 경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폴란드”라고 평했다. ‘유럽의 중심’인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경제 전략이다. 실제 국내 삼성과 LG 등이 유럽의 생산기지로 폴란드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폴란드는 경제특구 모델 덕분에 한때 외국 자본투자가 봇물을 이뤘다. WB는 “2010년까지 외국인의 직접투자(FDI)가 연 4~5%씩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폴란드는 동유럽 모범생으로 꼽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산업과 통화 정책 모든 면에서 폴란드가 동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신뢰성이 높은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3년부터 조짐이 이상해졌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폴란드의 경제 특구 방식의 경제 성장 모델이 피로 증상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폴란드는 국가 면적 대비 경제특구 비중이 중국보다 높은 나라로 꼽힌다. 폴란드 국경 도시는 사실상 전부 경제 특구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관료, 동서 유럽을 잇는 지리적 특징 덕분에 폴란드 경제특구는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됐다.

이런 폴란드가 최근 정체 현상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경제특구 방식의 성장 전략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경제특구가 글로벌 차원에서 너무 많아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 경제특구는 4200곳 정도에 이른다. 지정된 곳이 많으니 경쟁도 심하고 실패한 곳도 많다. "최근 중국 정부가 금융 경제특구로 지정한 상하이마저 실패했다"(이코노미스트)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그 바람에 반(反)세계화 세력인 노동계뿐 아니라 시장론자들도 경제특구 방식을 문제삼고 새로운 대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미국 컨설팅회사인 엔터프라이스시티스의 섕커 싱엄 대표다. 그는 러시아의 민영화와 폴란드 유럽연합(EU) 가입을 조언한 전문가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모델은 경제특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특별경제자치구역(SGZ: Special Governance Zone)’이다. 경제특구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SGZ의 정체를 알기 위해 서둘러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SGZ 정체는 무엇인가.

“19세기 후반 상하이나 홍콩 같은 곳이다. 당시 두 도시는 청나라의 법규에서 자유로운 곳이었다. 영국?독일?프랑스가 상하이 일부를 지배하고 있었다(조차지역). 이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자는 얘기다."

-21세기형 식민지처럼 들린다.

“절대 아니다. 해당 국가와 투자 기업이 협약을 맺고 법규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법규를 없앤 곳이다. 지적재산권 보호, 파산?청산 절차, 계약자유의 원칙 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곳이다.”

-해당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법규를 양보해야 하는가.

“양보가 아니다. 협약을 맺는 것이다. 시장을 왜곡하는 온갖 법규를 최소화하는 게 SGZ의 핵심이다. 중국과 체코 등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현지 유통회사가 마뜩찮아 해약하고 싶으나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SGZ에선 이런 문제가 없다.”

-어떤 사회?정치적 가치보다 경제활동 자유를 극대화한 곳이란 말인가.

“바로 그것이다. 경쟁력과 생산성을 왜곡하는 온갖 법규를 최소화한 환경을 제공해 외국 자본을 유치한다는 게 SGZ다.”

-경제특구와 견줘 SGZ가 얼마나 효과적일까.

“전문가들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경제특구에 투자 1%가 늘었을 때 국내총생산(GDP)은 고작 0.07%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GZ에 투자 1%가 늘어나면 GDP는 0.125~0.5% 정도 불어난다. 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자본 유치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수조 달러 자금이 투자되지 않은 채 놀고 있다. 게다가 투자된 자본 90% 정도는 12개 정도 나라에 집중되고 있을 뿐이다. 너무 편중돼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법규 시스템 탓이다.”

-법규 말고 어떤 미끼(인센티브)를 줘야 하나.

“기존 경제특구는 도로 건설이나 공단 조성,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줘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SGZ는 경쟁과 자유를 억압하는 법규만 없애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 경제특구는 사실상 해당 국가가 비용을 대고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어떤 문제점인가.

“경제특구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다. 엔지니어나 관리직 등은 투자 기업의 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영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바람에 투자가 늘어도 GDP 증가에 기여도가 낮다. 또 해당 국가의 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경우도 많다.”

-무슨 말인가.

“나는 최근 25년 동안 러시아 민영화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한국 인천의 송도개발 등을 자문했다. 경제특구의 무역장벽을 낮추면 해당 국가의 다른 지역 법규는 더욱 엄격해지는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이런 왜곡 현상을 통해 이익을 보는 세력은 더욱 강해져 경제 전반의 효율과 개혁을 떨어뜨렸다.”

-SGZ도 비슷한 부작용을 낳을 것 같다.

“법규는 다른 인센티브보다 확산효과가 크다. 해당 국가의 다른 지역으로 효율적인 법규가 확산한다. 나라 전체의 생산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얼마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을까.

“아프카니스탄은 극단적인 예다. 법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나라에 법규를 제대로 갖추면 생산성이 3000~5000% 정도 높아진다는 게 우리의 계산이다. 일반적인 개발도상국은 1000~2000% 정도 상승한다.”

-작은 나라뿐 아니라 폴란드나 중국처럼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나라에도 SGZ를 적용할 수 있을까.

“폴란드와 중국의 경제특구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 SGZ는 세금을 깎아주지 않아도 되니 훌륭한 성장 대안이다.”

-그러나 주권침해 시비 등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팀이 중남미 온두라스 등에 SGZ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국가 내부에서 논란이 있다. 하지만 해당 국가가 주도적으로 SGZ를 추진하고 법규 자유화 정도를 선택한다. 강제로 주권의 일부를 무력화시키는 게 아니다.”

우츠·크라쿠프=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섕커 싱엄 엔터프라이스시티스 대표=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미국과 영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미국 무역대표부 자문관, 러시아 민영화 자문관 등을 지냈다. 그는 "한미FTA 협상 때 한국을 위해 조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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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