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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부부 행복은 연봉 1억 이상의 가치

서명수 객원기자
오늘은 부부의 날. 평소 잊고 지내는 부부의 연이란 무엇인지 이 날만큼은 새롭게 되새겨보자는 취지이지 싶다. 사실 부부는 나이를 먹을 수록 서로 무덤덤해 지다 못해 소 닭 쳐다보는 듯한 동상이몽의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한 은퇴연구소가 50, 60대 은퇴자 부부 100쌍을 대상으로 부부 관계에 대한 현실인식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은퇴한 남편은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거운 대상으로 60%가 배우자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내는 37%만 배우자를 꼽았고, ‘친구나 이웃(29%)’, ‘자녀(26%)’가 그 뒤를 이었다. 은퇴 후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남편은 자녀가 1순위라고 답한 반면 아내는 배우자라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은퇴 부부에 관한 우스갯소리와 맥을 같이 한다. 여성은 돈·딸·건강·친구·찜질방을, 남성은 아내·마누라·애들 엄마·집사람·와이프를 각각 늙어서 필요한 다섯 가지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은퇴 후 남편은 아내 의존적으로, 아내는 사회지향적으로 변하는 세태를 풍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부부 일심동체(一心同體)란 말이 이젠 낯설게만 느껴진다. 차라리 이심이체(二心異體)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어쨌든 은퇴생활은 이렇게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

그러나 남과 여는 서로 다른 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사고나 생활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갱년기 이후 남자는 감정에 민감해지고 공격성이 약해지는 반면 여자는 감정 변화가 약해지면서 안정적인 뇌 구조를 갖게 된다. 노년의 남자는 여성스러워 지지만 반대로 여성은 가족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게 되고 배려하는 마음도 감퇴한다고 한다. 이런 ‘화성인’과 ‘금성인’의 동거는 애당초 갈등이 내재돼 있다.

갈등은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와 아내와 마주 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표면화한다. 서로 함께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사사건건 부닥치는 일이 늘어나게 돼 있다. 신혼 때의 설렘과 짜릿함은 벌써 오래 전에 사라졌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신 없이 밖으로 뛰어다니는 회사형 인간이 된다. 회사형 인간은 아내와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데 서툴다. 과중한 업무와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려와 가족관계와 같은 삶의 질적인 측면을 돌아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가정은 어디까지나 쉬는 곳이다. 은퇴하고 나서도 30년 가까이 힘들게 가족을 먹여 살렸으니 이젠 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이 가정은 완전히 변했다. 남편의 귀환을 축하하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해 줄 것을 기대했다간 큰 코 다친다. 예전의 아내는 더 이상 없다. 아내는 남편이 밖으로 나도는 동안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는다. 자녀 친구들의 엄마모임, 여고동창, 대학동창, 노래교실, 종교활동 등 자신이 편하게 만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을 거미줄처럼 형성하고 있는 사회형 인간이다.

여자들은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잘 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만나면 몇 시간씩 수다를 떨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 용건이 없으면 만나도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남자들과 완전히 다르다. 회사형 인간과 사회형 인간은 처음부터 물과 기름간의 관계다. 남녀가 정신적·육체적으로 노후화하면서 성질마저 달라지면 마침내 균열이 생기고 경우에 따라선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아내와 공존의 해법 찾아야

남자의 은퇴생활은 단순히 인생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한 활동기다. 활동 무대는 이제 회사가 아닌 가정이다. 하지만 가정의 권력은 상당 부분 아내로 넘어가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은퇴해 집으로 돌아갔다간 곤란한 상황을 당하게 된다. 대학입시를 치를 때나 직장생활을 할 때처럼 머리를 써 연구를 해야 하고 준비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건 그래서다.

은퇴생활은 가정인이 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아내와 공존하는 방법을 어떻게 찾느냐가 관건이다.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남이며, 따라서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 금융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아내들은 남편이 자기 주변의 일을 스스로 하고, 지역사회나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가사를 분담해 주길 원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남편들은 아내가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면서 남편을 간섭하지 말고 자유롭게 해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트대의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 교수는 부부 행복의 경제적 가치는 연봉 10만 달러(약 1억원)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부부의 좋은 금슬은 건강과 부를 부르는 행복주머니다.

서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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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