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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 예술가보다 양아치라 불리는 게 낫다




2007년 5월. 동원훈련을 마치고,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전투화와 바짝 마른 입으로 전철을 탔다. 피곤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 "잠깐 얘기를 할게요.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아도 그분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예수님의 사랑, 익숙한 풍경이다. 간혹 힘들 때면 나도, 머리를 박고 아버지를 찾는다. 신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어도 종교적인 울림을 주는 음악이 있다. '서스펜스'의 새벽별이 그런 노래였다. 노래 한 곡과 부산 밴드란 것 외에는 그땐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5년 전 새벽별을 만든 사람을 봤다. 김일두다. 소년 같은 외모를 상상했지만 영락없는 아저씨였다. 서스펜스 해체 후 '마마선'과 '난봉꾼들' '지니어스'라는 펑크 밴드를 해왔다. 정작 알려진 건 솔로 활동이다. 2012년 EP '문제없어요'를 시작으로 1집 '곱고 맑은 영혼'(2013)과 올해 2집 '달과 별의 영혼'을 내놨다.

예전 김일두 공연에 가면 노래 중에 관객들이 참 많이 웃었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됩니다. (중략) 별 뜻 없는 내 목젖에 집중하는 당신의 야릇한 눈빛이 거슬리네요. 저는 곱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예요.'('괜찮은 사람'중에서) 솔직하고 위트 있는 노래는 공감을 불렀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스페이스공감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1집 이름이기도 한 '곱고 맑은 영혼'이란 말은 반 장난에서 나왔다고 한다. 나머지 반은 진실이다. 그는 맑지만 거친 영혼이다.

"저한테는 음악이 무기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왜 공장에서 일하겠습니까. 저는 우울하지도 않으면서 우울한 노래를 하는 인간들이 싫습니다. 남이 다리가 부러져도 결국 자기 손톱 바짝 깎은 게 아프거든요. 난 그런 슬픔에 대한 노래들은 별로 안 듣고 싶습니다." 2006년 서스펜스 시절 동영상에선 날이 바짝 서 있는 김일두가 있었다. 김일두는 펑크 밴드 '지니어스'를 하며 조금 자유로워진 듯 보였다. 외국인 멤버 케이시와 스티브가 그의 숨통을 틔웠다. 새벽별 시절과 변하지 않은 건 곡을 듣다 보면 가슴이 아린다는 점이다. 동료 음악가 '사이'는 차를 타고 가다가 김일두의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났다고 한다.

김일두는 예술가를 '지양'한다. 지난해 '배고픈 예술인들의 배부른 소리' 동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 좋습니다. 광대여도 좋고 양아치여도 좋고, 오히려 제가 예술인이라고 하는 것보다 양아치나 광대가 낫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죽는 순간까지 절대 직장 안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하며 살려고요."

지난 2일 김일두 2집 '달과 별의 영혼' 발매 공연이 열렸다. 김일두는 공연 내내 베이스 치는 스티브에게 "슬로우" "슬로우"라고 말했다. 2집 곡들은 전보다 느리고, 무거워지고, 내밀해졌다. 공연 후 CD에 사인을 부탁했다. 그는 '오만은 아름다워라'라고 썼다. 자신의 노래 '숙명' 가사 “어줍잖은 것들에게 작살나는 운명 그리하여 오만은 아름다워라” 중 일부였다.


※'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는 팬의 입장에서 쓴 대중음악 이야기입니다.


김일두 `달과 별의 영혼` 앨범 발매 공연.



강남통신 김중기 기자 haahaha@joongang.co.kr




[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
'바보 같은' 사랑 노래 두 곡
다시 무대에 선 나훈아를 보고 싶다
커트 코베인이 전부였던 청춘을 기억한다
홍대앞 음반 가게 하나가 또 사라진다
싸이가 아니다, 노래하는 시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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