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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규제’ 제조업의 비명

매그나칩 반도체는 최근 충북 청주 공장의 생산량 감축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TV·휴대전화용 IC 반도체다. 이 제품으로 매출 7000억원대를 올리고 직원 3200명의 생계까지 책임진다. 하지만 올해 시행된 ‘탄소(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발목이 잡혔다.

 당초 회사 공장에서 나오던 온실가스는 연간 90만t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68만t을 허용했다.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사오면 된다지만 ‘거래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초과 배출량에 과징금을 물리면 60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 반도체는 가격경쟁력이 생명인데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정부 당국의 온실가스 규제 후폭풍이 대한민국 제조업을 강타하고 있다. 한국은 올 1월부터 선진국보다 앞서 전국 단위의 강제적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본격 시행했다.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려는 좋은 취지 이지만 기업별 탄소 배출권이 턱없이 부족한 등 산업계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쌍용양회는 업체들과 연대해 정부를 상대로 “배출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는 행정소송까지 냈다. 회사 관계자는 “시멘트 1t을 가공하면 이산화탄소가 0.9t 쏟아진다”며 “마땅한 감축 수단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급기야 산업계가 집단 항의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반도체·철강 등 25개 업종 단체는 20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배출권 재할당’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의 의지와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배출 가능한 할당량이 너무 적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일단 올해부터 2017년까지 산업계에 총 16억8000만t의 배출량이 할당됐지만 최소 20억t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승진 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가 단위로 ‘강제 배출권’을 실시하는 주요국은 유럽연합(EU) 정도고 미국·일본 등은 일부 지역별로 시행하는 수준”이라며 “경제 현실을 무시한 ‘갈라파고스’ 환경 규제가 됐다”고 말했다. 남미의 갈라파고스 섬은 외부와 고립돼 홀로 진화한 곳으로 ‘동떨어진 규제’를 지칭한다.

 특히 산업계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조만간 유엔에 제출할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신중하게 산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승훈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이 문제는 국제사회가 공조체제를 갖춰 대응하는 사안”이라며 “밉보이면 배출 가능한 양이 더 깎일 것이므로 이것까지 고려해 감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은 “산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른 법규와의 중복규제 완화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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