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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 성적경쟁 벗어나 창의력 경쟁을”

‘피겨 여왕’ 김연아씨가 20일 세계교육포럼이 열리고 있는 인천 송도컨벤시아를 방문해 ‘아우 인형’을 만들었다. 유니세프는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아우 인형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각국 학생들이 자신을 닮은 인형을 만들어 기부함으로써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는 운동이다. [인천=뉴시스]
“ 초등학교 시절 학급당 80명이 넘는 천막교실에서 유네스코가 지원한 교과서로 공부했다. 전쟁 중이었지만 학교 수업은 계속됐다.”

 20일 오후 ‘2015 세계교육포럼’이 열린 인천 송도컨벤시아 전체회의장. ‘교육이 발전을 이끈다’는 주제로 한국교육을 소개하는 특별 세션이 진행됐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 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공교육 재정을 늘렸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교육부 장·차관 등 행사장에 모인 700여 명은 폐허에서 고층빌딩 숲으로 바뀐 한국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자 박수를 쳤다.

 발표에 나선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정부의 리더십, 우수한 교사, 학부모와 학생의 의지 등 세 가지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토론에 나선 키스 한센 세계은행 부총재는 “한국의 성취는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여서 ‘기적’이라고 부를 수 없다 ” 고 치켜세웠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교육이 한국 경제 발전의 연료가 됐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한국 교육은 온 세계가 모범 사례로 꼽는다. 하지만 국내에선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한 지 오래다. 포럼에 참가한 해외 교육전문가들도 변화를 주문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은 “내년부터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각국 학생들의 웰빙 활동과 사회적 역량을 조사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2012년 PISA에서 수학 1위를 했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나 과제 해결 능력에 대한 믿음은 최하위권이었다. 그는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남을 배려하며 협업하는 글로벌 시민을 각국이 길러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평가를 도입했는데, 특히 한국 같은 국가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한국 교육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훈수’를 뒀다. 이들은 과도한 경쟁과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야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셀던 새퍼 아시아·태평양 영유아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에선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올라가면 학업 위주의 공부가 시작된다. 시험을 덜 중시하고 대입에서 학업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야 교과 중심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키쇼어 싱 유엔 교육기본권 특별보고관은 “한국에선 지나치게 수치화된 학업 결과물을 위해 경쟁하는데, 창의적 사고와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도 한국 교육의 과제를 거론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산업 현장에선 저숙련공이 필요한데 대학생들은 대기업 입사만 선호한다. 자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원치 않는 것도 사회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백 원장은 “지식에서 창조성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이 한국 교육이 처한 위기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교육활동가 문아영(32)씨는 “40억여원을 들여 향후 15년의 세계적 교육 목표를 세우기 위해 개최한 포럼인데 한국 가정과 젊은이들이 교육 때문에 빚을 내는 등의 ‘실패 사례’는 다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행사장에서 50m가량 떨어진 거리에선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성향 단체가 외국인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들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사교육 시장이 가장 발달한 나라, 성적을 비관하는 청소년들의 죽음이 이어지는 나라에서 열리는 이 포럼은 진지하게 대책을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윤석만·노진호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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