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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일제 징용시설 세계유산 등재 땐 갈등 초래”

보코바 사무총장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일본이 한국인 강제징용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유산은 국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화해·우호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비인도적인 강제노동이 자행된 역사는 외면한 채 ‘규슈·야마구치 및 인근 지역 메이지 혁명 근대 산업시설’을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는 것은 세계유산협약의 정신과 어긋나며, 국가 간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코바 사무총장은 “한국과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의 회원국으로 한·일 양자 간 대화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며 “세계유산위원회 위원장에게 대통령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앞서 한·일 외교당국이 벌이고 있는 외교전에 힘을 보탠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 19일 보코바 사무총장을 만나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외교전에 몰두하는 건 한국뿐이 아니다. 일본도 내각부·외무성·문부과학성 등이 고위직을 파견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으로 악명 높았던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군함도) 해저 탄광. [중앙포토]
 문제가 되는 산업시설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23개의 산업시설이다. 이 가운데는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군함도) 등 5만7900명의 조선인이 강제징용된 7개 시설도 포함돼 있다. 일단 유네스코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지난 4일 해당 시설들에 대해 ‘등재 적합’ 판정을 내렸다. 등재 적합 판정을 받은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되지 않은 경우는 지금까지 1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등재를 막는 게 어려울 경우 해당 산업시설들에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이 있음을 알리는 ‘부(負)의 유산(negative heritage)’으로 등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등재냐 아니냐는 이분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강제노동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2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양자협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다.

 유네스코는 한·일 두 나라가 원만하게 협의해 해결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19일 세계교육포럼(WEF)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 양측에 대화를 하라고 얘기하고 있으며 조만간 열리는 양자협의에서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6월 28일~7월 8일 독일 본에서 일본이 신청한 유산의 최종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신용호·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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