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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송도 이틀간 ‘일반차량 사절’ 이유

지난해 7월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린 레이스에서 경주용 차량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23~24일 이 서킷에선 국내 유일의 도심 레이스 행사인 TBMF 2015가 열린다. [사진 현대차]

완성차 생산량 세계 5위(연간 452만대)이지만 모터 스포츠 ‘불모지’로 평가받는 한국에서 이번 주말 국내 유일무이한 도심 레이싱이 펼쳐진다. 20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인천 송도 서킷에서 23~24일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TBMF) 2015’가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현대차그룹이 2년에 걸쳐 서킷 건설비용 53억원을 포함해 총 150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브랜드 마케팅, 국내 소비자들과의 소통, 고성능차 개발 등 정의선(45) 현대차 부회장이 추구하는 ‘3가지 핵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모터 스포츠 산업 육성이 필수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송도 서킷은 약 2.5㎞ 구간에 13개 코너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시운전에 나선 280마력의 ‘제네시스 쿠페’는 각도 90도 코너를 순식간에 돌면서 시속 160㎞까지 속도를 올렸다. 코너를 지나고 나면 방호벽이 나타나고 또다시 직각으로 휘어진 커브가 등장한다. 급제동과 급가속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서킷 주변에는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인천1호선 국제업무지구역 출구가 측면에 인접해 있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심 레이스를 한국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카레이서 5년차인 이정석(32)씨는 “페이스북에서 송도 서킷을 검색해보면 ‘너무나 무서워 보이는 송도 도심 서킷’이라고 검색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현대 RM15, BMW M, 렉서스 RC-F.

 본 행사에는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벨로스터 터보나 아반떼 등을 개조(튜닝)한 차량 총 130여 대가 서킷을 질주한다. 이정석씨는 “독일·프랑스·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레이스의 긴장감을 즐기기 위해 일반인들도 레이싱 동호회를 만드는 게 보편화돼 있다”며 “우리도 곧 그런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이번 행사에 1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현대차는 전망한다. 모터 스포츠의 외연을 넓히도록 이틀 간 ‘무료 입장’도 결정했다. 특히 일반 시민들이 카레이서와 동승해 직접 차 안에서 레이스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정 관람석도 지난해보다 2배로 늘려 8000석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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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모터 스포츠 산업이 차츰 개화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청신호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집계에 따르면 협회에 정식 등록한 선수 면허 소유자 수는 지난 2011년 166명에서 지난해 말 494명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선수가 아닌 일반 레이싱 면허 등록자도 2013년 1792명에서 지난해 2614명으로 1년 새 1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30대가 56%를 차지했다.

 김재호 KARA 사무국장은 “수년 새 모터 스포츠 참여 인구가 수치상으로 2~3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새로운 취미를 찾고 싶어하는 30대 남성 수요에 선진국형 레저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모터 스포츠가 조금씩 정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출시를 목표로 고성능차 브랜드 ‘N’을 개발 중인 현대차 입장에서도 모터 스포츠의 활성화는 꼭 필요한 과제다. 카 레이싱은 자동차 연구소에서 개발한 각종 주행 성능을 실전에서 사용해 볼 수 있는 ‘종합 실전 테스트장’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BMW·푸조시트로앵 등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모터 스포츠에 열성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는 ‘AMG’, BMW는 ‘M’, 폴크스바겐은 ‘R’ 같은 고성능차 브랜드를 따로 내놓고 있다. 벤츠가 최근 국내 출시한 고성능차인 ‘더 뉴 A45 AMG 4매틱’은 소형차급임에도 최고 속도 시속 250㎞, ‘제로백(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4.5초에 불과하다.

 도요타도 렉서스 브랜드를 통해 고성능 차 ‘F 시리즈’를 출시했다. 세계 톱 메이커 가운데 현대차만 고성능차 브랜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셈이다. 물론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2.0L 직분사 가솔린 엔진에 최고 출력 300마력, 제로백 4.7초인 고성능차 ‘RM15’가 공개되기는 했지만 아직 콘셉트카 단계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모터 스포츠는 초기 투자 비용이 수백억원에 달하지만 차량 성능이나 브랜드 노출 효과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업체 입장에서는 앞장설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GM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가운데에서도 고성능차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광산업·내수활성화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모터 스포츠의 효과는 크다. 모나코·싱가포르·노리스링(독일) 등은 모터 스포츠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와 명성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F1 레이스 가운데 유일하게 야간에 펼쳐지는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2009년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대회 시작(2008년) 이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회 기간 사흘 간 벌어들인 관광수입만 8000만 달러(약 872억원)에 달할 정도다. 독일투어링카선수권(DTM)이 열리는 노리스링 서킷은 운집 인원만 20만 명에 달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당이 전당 대회 용도로 쓰기 위해 도로를 널찍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킷 길이는 2.3㎞로 매우 짧은 편이지만 긴 직선과 90도로 꺾이는 코너가 백미다. 노리스링 서킷에선 해마다 BMW·벤츠·아우디 등 독일 메이커들이 자존심을 걸고 레이싱 승부를 벌이고 있다.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는 몬테카를로 서킷은 ‘F1의 보석(Crown Jewel of F1)’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모나코 그랑프리가 창출해내는 총 부가 가치액은 1130억원으로 모나코 국내총생산(GDP)의 17%에 이른다. 특히 유료 관람객 3만7000명으로부터 입장료로 134~4877유로(약 16만~594만원)를 받는다. 미국 영화배우 윌 스미스와 패리스 힐튼 등이 해마다 빠짐없이 모나코 그랑프리를 찾고 있다.

 매년 11월 셋째주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힐튼을 비롯한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부터 스폰서십을 받고 있다. 가장 좁은 구간은 도로 폭이 7m에 불과하고 최대 폭도 14m 정도이기 때문에 카레이서들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송도를 ‘한국의 모나코’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유럽은 F1과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미국은 나스카 레이스, 일본은 수퍼GT 등 지역 정서에 맞는 고유의 레이싱대회가 자리잡고 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국내에서도 자동차는 이제 ‘탈 것’의 가치를 넘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에까지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차만 판매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운전을 하는 문화’를 파는게 글로벌 업체로서 현대차가 해야 할 책무”라고 말했다.

인천=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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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