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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하세요] 97년 외환위기 예측한 ‘Mr. 쓴소리’ 스티브 마빈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스티브 마빈의 가족. 그는 한국에서 부인을 만나 은빈(가운데)과 마빈 남매를 두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998년 쌍용증권 이사 시절의 스티브 마빈. [사진 스티브 마빈, 중앙포토]

‘Mr. 쓴소리’, ‘어둠의 주술사’, ‘닥터둠’.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별명들이다. 그가 보고서를 낼 때마다 국내 증시는 몸살을 앓았다. 1990년대 후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독설가로 명성을 떨친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마빈(60) 이야기다.

그는 95년 옛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스카우트 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97년 ‘결코 기회는 없다(Not a chance in a hell)’는 보고서로 외환위기를 정확히 예견하면서 스타 이코노미스트로 떴다. 이후에도 ‘죽음의 고통(Death throes)’ 등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예상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며 쓴 소리를 했다. 그가 보고서를 낼 때마다 국내 증시엔 매물이 쏟아질 정도였다. 그러나 지나친 비관론 때문에 거센 반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2005년 그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크게 오르자 2007년 1월 도이치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끝으로 한국에선 자취를 감췄다. 쌍용증권 시절 마빈과 함께 일한 김철중 자람투자자문 부사장의 도움을 받아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을 떠난 후 어떻게 지냈나.

 “일본의 펜타투자자문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지난해 그만뒀다. 이후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로 터전을 옮겼다. 여행을 다니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 지역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올 들어 새로 설립된 헤지펀드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다시 펀드매니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5년 예상이 빗나갔을 때였다. 2004년 여름 무렵 한국 제조업체의 수익이 나빠지면서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코스피 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2005년엔 사상 처음 1000선을 돌파했다. 결국 그해 여름 시장 전망이 빗나갔음을 인정했다. 앨런 그리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경솔한 통화정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자산가치가 급격히 올랐던 걸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기억이다.”

 -한국에서 부인을 만났다고 들었는데.

 “덕분에 두 아이가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고,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하와이로 온 이후에도 김치가 있어야 밥을 먹고, 한국 드라마를 챙겨 본다. 둘다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데 6월엔 검은띠 승급 심사를 받는다. 첫째 딸인 은빈은 미국 태권도 시합에서 금메달을 4개나 땄다.”

 -최근 한국 시장은 어떻게 보나.

 “단기적으로 한국 자산가치는 낙관적이지 않다. 원화 가치가 엔화나 유로화에 비해 강세를 띠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과거에 비해 수익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푸는 정책은 무모해 보인다. 오히려 미래에 새로운 위기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재정이 탄탄한 한국 시장이 안전하다. 실제 대부분의 현금을 한국의 은행에 넣어뒀다. 한국 채권도 꾸준히 사고 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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