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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유승민의 고무신, 거꾸로인가 바로인가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그렇다고 제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겠습니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런 얘기를 한 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3년쯤 전이었다. 김무성 대표와 함께 박 대통령 최측근이던 그는 언제부턴가 핵심에서 멀어졌다. 반복되는 질문이 불편했는지 한동안 기자들도 잘 안 만났다. 어렵사리 만든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나왔다. 지금은 안 좋지만 결국 호전되리라는 뉘앙스였다.

 문득 그 순간이 떠오른 건 며칠 전 유 원내대표가 중앙일보 디지털 방송(joongang.co.kr/opinion/opinioncast)에 출연해 “저 보고 자꾸 ‘탈박’이라고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장면을 보면서다. 난 지금도 그가 친박 같다. 2007년 ‘이명박(MB)-박근혜 경선’ 당시의 강렬한 기억 때문이다. 청와대 문턱까지 간 MB에 대한 공격을 친박 핵심들조차 겁낼 때도 그는 거침없었다. 중앙일보에서 열린 MB 측 정두언 의원과 첫 ‘맞짱 토론’에선 한반도 대운하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정 의원이 “유럽에선 운하로 독극물을 나른다”고 말하자 토론이 끝난 뒤 유 원내대표는 해당 영상을 달라고 했다. 훗날 방송에 대비해 영상을 찍은 사실을 안 놓친 거다. 곤란하다며 거절하자 “내가 찍힌 영상을 달라는데 왜 안 주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내주고 말았다. 그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운하로 독극물을 나를 것”이라며 MB를 비난했다.

 그랬던 그가 ‘비박’ ‘탈박’의 대표 인사로 분류되니 실감이 안 날 수밖에.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친박이던 10년 전을 떠올리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2004년 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을 뚫고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귀도 열려 있었다. 굉장히 민주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안 그렇다는 뜻이다. 외교 안보에 대해선 표현이 더 셌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외교 안보는 잘해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걱정이 좀 있다”며 ‘역린’ 수준의 발언을 시작했다. “안보는 미국하고, 경제는 중국하고 한다는 ‘안미경중’은 국제 관계에서는 정말 속보이는 얄팍한 생각”이라며 “외교에서 양쪽을 속이면서 오래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겉보기보다 한·미 관계가 튼튼하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던진 맺음말은 이렇다.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으니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길로 와주시기 바란다.”

 옳은 길에서 벗어난 건 자신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읽힌다. 자신은 10년 전 고무신을 간직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멀리 갔다는 얘기 아닌가.

 유 원내대표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건지 아닌지는 헷갈린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국민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나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는 공감이 간다. 대통령이 이 두 가지 걱정을 잠재우면 된다. 유 원내대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거다.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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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