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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7080 정의’의 붕괴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똑같이 1954년생이다. 한 사람은 현직, 다른 사람은 전직이지만 4선 의원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살아온 길은 꽤 다르다. 한 사람은 영남에서, 다른 이는 호남에서 자라났다. 소속 정당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확연히 갈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의원에 대한 이야기다.

 신 의원은 대표적인 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80년의 이른바 ‘서울의 봄’ 때 부활한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군부세력의 통치에 반대하는 투쟁에 앞장서다 3년간 투옥됐다. 석방 뒤에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90년대 초 김대중(DJ)계에 합류해 92년 14대 총선에서 최연소 당선자가 됐다. 오영식·이인영·우상호 의원 등 80년대 총학생회장 출신 정치인들의 맏형 격이다.

 신 의원보다 두 학번이 빠른 홍 지사는 널리 알려져 있듯 드라마 ‘모래시계’ 속 검사의 실제 모델이라는 점 때문에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6공의 황태자’라고 불린 박철언씨를 구속시켰다. 검찰의 조직적 업적이 개인의 공적으로 과대 포장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기개 있는 검사였던 것은 사실이라는 증언도 많다. 그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YS)의 권유로 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해 의원이 됐다.

 두 사람의 ‘배지’는 시대적 정의의 상징이었다. 각별한 정치적 경력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은 제도권으로, 다른 이는 운동권으로 서로 택한 길은 달랐지만 사회 정의를 위해 젊음을 불태웠다는 공통의 자산이 있었다. 권력형 비리 척결과 민주화라는 90년대 초·중반의 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공금 유용’을 고백했다. 홍 지사는 원내대표 시절에 국고에서 받은 활동비의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신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 활동비에서 아들의 유학자금을 댔다고 ‘주장’했다. 공히 검찰에 포착된 수상한 돈의 출처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해명이 사실인지, 아니면 큰 비리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민 거짓의 고육지계인지는 알 수 없다. 위법사항인지 정치권에 흔한 도덕적 일탈인지도 분명치 않다.

 이 자백으로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서의 처벌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상징해 온 기성세대의 정의는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그 폐허 위로 보이는 것은 4선급 ‘정치 기술’뿐이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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