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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유죄? 무죄? 오락가락 '도촬 판결'…기준 없나?

[앵커]

1부에도 보셨듯이 지하철 성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 중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몰래카메라 범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드리면서 자꾸 뒷머리가 당기는데요. 조금 전에 나갔던 그 화면들도 뉴스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찍어도 되는가 하는 걱정도 좀 들기는 듭니다. 사실 뉴스에서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희들은 앞으로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나온 법원 판결에 많이 헛갈려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오늘(20일) 팩트체크에서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최근에 서울북부지법이었죠, 이런 사건과 관련해서 무죄 판결이 나와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예. 말씀하신 대로 그 판결도 있었고, 그동안 몇번 엇갈린 판결이 나오자 인터넷에선 도촬과 관련해 이러면 유죄고 이러면 무죄더라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 아닌 부분도 많아 하나하나 짚어봤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 몸에 딱 붙는 스키니진이나 검은 스타킹 착용한 여성의 다리 사진을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찍던 20대 남성이 붙잡혔는데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사진 찍은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고, 무죄가 났습니다.

그러자 인터넷 등에선 스키니진 입은 것 찍으면 무죄고, 맨다리를 찍으면 유죄구나 이런 이야기도 나왔던 거죠.

[앵커]

그 남성의 말을 정말 믿고 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겠죠?

[기자]

그건 아닙니다. 판사도 "믿기 힘든 변명이다. 성적취향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도촬과 관련해 적용되는 법이 성폭력특례법 14조입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것'을 처벌한다는 내용인데요.

판사는 이 남성이 찍은 사진들이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했다고까지 보긴 힘들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유발에 대한 기준이라는 게 판사의 판단에 따라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나왔던 법원에서 나왔던 판결들이 각각 좀 다른 모습, 다른 양상이었던 건데요.

아무튼 이번 판결의 경우 스키니진은 문제없고, 미니스커트는 안 되고 하는 식의 어떤 복장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닌 겁니다.

또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여러 장 찍으면 문제가 되지만 한 장 정도는 괜찮다' 하는 거였는데요.

[앵커]

한 장 정도는 실수로 찍을 수 있는 거니까 그거는 봐준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네. 하지만 그건 이 두 개의 판례를 좀 봐야 합니다.

한 50대 남성이 마트와 공원, 버스를 돌아다니며 20대 여성을 여러 차례 도촬한 사건이 있었는데, 올 초 법원에선 "범행 횟수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횟수를 언급한 거죠. 많이 찍은 게 범죄 혐의 입증되는 데 영향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2008년 또 다른 50대 남성이 마을버스에서 여고생 치마와 허벅지를 도촬한 건에 대해서는 단 한 장만으로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앵커]

그건 의도가 너무 명확하다고 본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니 의도성 등의 문제이지, 장수가 적다고 봐주고 이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앵커]

저희가 1부에 경찰이 지하철 내에서 이렇게 성추행하는 사람 혹은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직접 검거하는 그런 현장을 보도해 드렸는데 만일에 이제 스마트폰은 삭제도 금방 되잖아요. 삭제해 버려서 그 스마트폰에 없으면 그럼 그건 문제가 안 됩니까?

[기자]

실제로 그렇게 저장돼 있지 않아 수사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긴 한데요.

일단 도촬 행위가 명확했다면 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2009년 한 남성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치맛속 동영상 촬영하다 현장에서 경찰에게 잡혔는데, 버튼을 누르지 않아 저장이 안 된 겁니다.

이 건에 대해 1, 2심에서는 미수에 그쳤다고 봐서 무죄가 났는데, 대법원에서는 기기상에 촬영내용이 머물러 있었고 행위가 확실하니 촬영죄가 적용된다고 봐 앞서 무죄판결을 되돌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런 경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합니까?

[기자]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를 다 겪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도촬 처벌과 관련한 법조항은 없고 지자체별로 조례가 있는데요. 지난해 후쿠오카에서 한 자위대 장교가 치맛속 몰카 촬영을 하다 잡혔는데, 겨우 '60일 정직'에 그쳐서 논란이 됐습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같은 범죄 저지른 남성이 재판정에 섰는데 아예 무죄가 났습니다. 주 대법원에선 현행법상 나체 혹은 반라 상태 사람을 도촬했을 때만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으니 이 경우는 적용 안 된다고 판단한 거죠.

[앵커]

해외에서도 좀 논란거리기는 하군요. 그래서 우리 같은 경우에도 이렇게 판결이 엇갈리고 하니까 이건 뭐 찍어도 잘하면, 운이 좋으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기자]

저도 그 부분이 우려돼서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성범죄 문제 전문가인 신진희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모든 정황 고려해 판결 내린 것이지 사진 내용만 보는 게 아니다, 언론에 부분적으로 나온 내용만 가지고 '이렇게 해도 되겠구나' 판단을 잘못했다가는 큰코다칠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성폭력특례법 아니더라도 사진 찍힌 피해자가 민법상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대법원 측의 설명, 잘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 의심받을 만한 일은 무조건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렇게 보는 게 오늘의 결론인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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