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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재발견] ‘국제시장’의 손

[매거진M] ‘국제시장’(2014, 윤제균 감독)은 한국전쟁부터 21세기까지 우리 현대사를 아우른다. 이 거대한 이야기를 ‘손’의 모티브가 관통하며, 특히 인물들이 손을 잡는 장면에서 관객의 공감 온도는 한층 높아진다.









‘국제시장’은 손에 대한 영화다. 특히 인물들이 손을 잡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리듬처럼 등장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손의 이미지가 마치 구조처럼 이야기의 얼개를 이룬다. 영화의 첫 번째 손은 노인이 된 덕수(황정민)가 잡은 손녀 서연(이예은)의 손이다. 덕수는 길에서 실수로 손녀의 손을 놓치는데, 슬로 모션으로 강조되는 이 장면(사진 2)은 1951년 흥남 부두의 어린 덕수(엄지성)와 동생 막순(신린아)으로 연결된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피난길에 오르게 된 가족. 덕수는 말한다. “막순아, 여기 운동장 아이다. 놀러 가는 게 아이다. 오라바이 손 꽉 잡으라.” 막순을 등에 업고 거대한 군함을 기어오르는 덕수. 하지만 덕수는 동생을 잃고 막순의 저고리 한 조각만 남는다(사진 3).











이때부터 덕수에게 손은 트라우마가 된다. 그가 손녀의 손을 다시 잡을 때 필요 이상의 힘을 주는 것도, 독일에서 영자(김윤진)와 처음으로 악수를 할 때 두 손으로 꽉 쥐는 것도 그런 이유다(사진 4). 덕수는 아버지 대신 동생 끝순(김슬기)의 결혼식장에 함께 입장하는데, 이때도 유난히 끝순의 손을 꽉 잡고 있다. 덕수에게 손을 잡는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다신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무의식적 표출이다. 그렇기에 그는 손을 잡을 때마다 강박적으로 힘을 준다.









부산으로 피난 온 덕수 일가가 국제시장에서 장사하는 고모(라미란)를 처음 만나던 날, 덕수는 어머니(장영남)의 손을 꽉 잡는다(사진 5). 새로 시작하는 삶 앞에서의 다짐 같은 것이다. 그리고 덕수에게 손은,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다. 흥남 부두에서 사라진 막순을 찾으러 가면서, 아버지는 어린 덕수에게 “이제부터 네가 가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손으로 장남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이것은 덕수가 느낀 아버지의 마지막 체온이다. 그는 그 손길을 다시 느낄 수 없다. 오직 아버지가 남긴 외투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눈물 흘릴 뿐이다.



특히 덕수와 영자의 이야기에서 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의 관계는 손을 통해 진전된다. 그들의 우연한 첫 만남. 영자의 모습을 보다가 덕수는 자전거에서 떨어지고, 영자는 덕수의 팔을 치료해준다. 이후 데이트를 할 때, 유람선에서 우연히 그들의 손이 닿는다. 그리고 영자의 숙소 앞에서 두 사람은 굳게 손을 잡는다. 덕수는 “손 잡았다!”며 마치 세상을 얻은 듯 즐거워하며 귀가한다.



광산 사고 장면은 더욱 인상적이다. 영자는 광산 책임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울며 애원한다. 이 모습에 덕수의 동료들은 구조에 뛰어든다. 달구(오달수)는 무너진 갱도 안에서 덕수의 손을 발견하고 그를 끄집어낸다. 구출된 덕수는 영자의 손을 꽉 잡는다. 덕수의 검은 손과 영자의 흰 손은 하나가 된다(사진 6). 이후 영화는 반지가 끼워진 영자의 손을 통해 두 사람의 결혼을 보여준다(사진 1). 그들은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한다.









노인이 된 덕수와 영자가 손을 잡으며 앉아 있는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 7). 영자의 손엔 여전히 그 반지가 끼워져 있다. 손을 통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들은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던 셈이다. ‘국제시장’에서 손을 잡는다는 것은 험난한 세월을 견디기 위한 상징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손은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이며, 서로 잡은 손은 모진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자는 징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속력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던 원동력이라는 걸, 이 영화는 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글=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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