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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 ‘사드’는 아는데 동해는 모르는 듯한 워싱턴

미국 워싱턴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한인지도자모임 행사에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오른쪽)이 한인단체들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의회 건물인 레이번 빌딩. 정책연구단체인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장에 갑자기 웃음이 번졌다. 연설에 나선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ㆍ검증ㆍ이행 담당 차관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의 한국식 발음을 거론하며 “내가 알기엔 한국에서 실제로는 ‘새드’라고 발음한다”면서다.



사실 한국에선 ‘사드’라고 발음하지만 로즈 차관보는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 듯 ‘새드’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사드건 새드건 '콩글리시'다. 미국 발음은 사드나 새드가 아니라 ‘때드’에 가깝다. 콩글리시 ‘사드’를 알고 있는 로즈 차관보는 그러나 ‘동해’는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이어진 강연에서 로즈 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거론하며 “북한의 많은 도발적인 미사일 시험은 일본해(Sea of Japan)를 넘어가 큰 긴장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은 한국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세 시간 전에도 다른 장소에서 동해 대신 일본해가 등장했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제임스 위너펠드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지난해 일본에 배치한 AN/TPY-2 레이더를 언급하면서 “일본해와 일본 동쪽에서 (탄도 미사일을) 추적하는 이지스함을 배치해야 할 부담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위너펠드 차장도 일본을 기준으로 일본해와 일본의 동쪽을 거론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인 사회가 동해 병기를 주장하며 이슈가 되자 미 국무부는 대변인 브리핑에서 “일본해 표기가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미국 관료와 군 장성이 동해라는 말은 쏙 빼놓은 채 일본해만 거론하는 것은 당사자들 입장에선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씁쓸한 현실이다. 동해와 일본해를 놓고 서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면 함께 불러주는 게 상식일진대 일본의 힘에 밀려 동해는 공식 석상에선 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동해 표기 외교에 정부가 나섰다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현실을 보여준다.



로즈 차관보의 강연이 마무리된 뒤 2시간여 후 같은 건물의 다른 방에서 갑자기 한인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재미 한인지도자모임에 참석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역사의 관점으로 볼 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하자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인들은 기립 박수까지 쳤다. 방미 중인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사말에서 “로이스 위원장은 최근 한국 국회대표단을 만나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밝혔는데 다시 한번 말씀해 달라”고 하자 로이스 위원장은 서슴없이 ‘독도 아일랜드(Dokdo island)’라고 발음하며 이같이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로이스 위원장이 한국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도 큰 표차로 당선될 것”이라고 해 폭소가 터져 나왔다.



미국 정부의 공식 표기는 동해도 독도도 아니다. 하지만 독도 한마디에 환호와 기립 박수가 터지는 한인 유권자들과 동맹국 한국의 정서를 미국 당국자들이 염두에 두고 때로는 유연성을 보여준다면 한미동맹엔 보이지 않는 접착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접착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도록 공공 외교에 박차를 가할 책임이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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