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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대표님! 밤새워 혼자 쓴 편지는 위험합니다

서승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 이런 표현보다 차라리 주류, 비주류가 어떻습니까. 우리 당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니 전부 다 친김대중, 친노무현 아닙니까. 친노, 비노 이런 표현은 없어져야 합니다.”



 최근 라디오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계’ 핵심 당직자가 한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이 계파의 수장도 아니지 않으냐”는 그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다. ‘친노’라는 올가미를 벗어 던지고, 그 배타적이고 부정적 어감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1년 365일 한결같이 패싸움을 벌이는 친노-비노 간 계파 싸움을 주류와 비주류 간의 건전한 갈등과 경쟁으로 볼 수 있을까. 어차피 ‘친노’의 부정적 이미지를 쌓아 올린 것도 그들 스스로다.



 # 18일 문재인 대표는 광주의 한 커피숍에서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하라”며 사퇴한 주승용 최고위원을 1시간40분간 만났다. 주 최고위원이 복귀를 거부했으니 문 대표가 손에 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친노 측 인사들은 “광주까지 가서 설득했으니 진정성은 보였다”고 반응했다. 자신들의 계획대로 진정성을 보였으니 할 만큼은 했다는 뜻이다.



 야당이 4·29 재·보선에서 0대4로 참패한 지 20일이 지났다. 하지만 이 당은 참 이상하다.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뭉개려는 태도가 가장 이상하다. 선출직인 대표와 최고위원은 그렇다 쳐도 선거에 관여했던 수많은 당직자 가운데 공개 석상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떠난 사람이 없다. ‘사퇴가 능사가 아니다’라는 분위기 때문이라지만, 반대로 전원이 모두 자리에서 버티는 것이 능사일까.



 취임 100일 된 문 대표를 흔들어대는 비노들의 태도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0대4로 진 다음날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할 것”(4월 30일 참패 뒤 첫 메시지)이라 주장하고, 비노들을 “기득권을 유지하고 공천 지분을 확보하려고 지도부를 무력화시키는 사심 집단”(5월 14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으로 모는 것도 ‘비정상’이다. 문 대표의 측근들은 “문 대표를 말릴 수 있는 참모들이 없다”고 말한다.



 결국 구기동 자택에서 밤을 새우며 홀로 쓴 편지와 메모, 연설문이 여과 없이 발표되는 구조라고 한다. 국민의 선택에 “굴하지 않겠다”고 맞서는 메시지도, 비노를 격분시킨 선악2분법적 문체의 ‘당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학창 시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썼던 러브레터를 찢어버린 경험을 기억하시는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 같은 들뜬 마음에, 혹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은 자학 코드에 썼던 편지들 말이다. 문 대표를 짓누르는 정치적 고민의 무게와 깊이를 학창 시절의 연애편지 수준으로 희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밤에 혼자 쓰는 글만 줄여도 당내 소통의 동맥경화를 뚫고, 당의 공론을 모으는 데 작은 도움은 될 것 같다.



서승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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