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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일본선 컨테이너로 사가는 유커

양선희
논설위원
요즘 세계 시장은 유커(중국인 관광객) 열풍이다. 중국 당국 집계로 지난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유커는 9820만 명. 우리 인구의 2배다. 이들은 ‘통 큰 쇼핑’으로 관광지 내수를 쥐락펴락한다. 지난해 이 중 600만 명이 우리나라에 왔는데도 우리나라 쇼핑가와 관광지는 유커 덕분에 먹고산다고 할 정도다.



 이들이 면세점 쇼핑에 나서면서 그동안 지리멸렬했던 세계의 ‘면세점’ 업계는 벌떡 일어났다. 우리 정부도 유커들을 위한 쇼핑 인프라를 확충한다며 3개의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전격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려고 달려든다. 벌써 면세점 후보지를 발표하며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만 7개. 기업 실무자들은 “오너들이 반드시 사업권을 따라고 채근하는 통에 밤잠이 안 올 지경”이란다. 일본도 공항 면세점을 늘리고, 미스코시이세탄 컨소시엄은 도쿄 긴자에 새로운 면세점을 열 예정이고, 다른 대기업들도 면세점 출점을 계획 중이란다. 중국 당국과 기업도 밖으로 나가는 면세쇼핑객을 잡기 위해 대규모 면세점을 속속 열고 있다.



 경쟁 열기로만 보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한데 유통업계에서 나오는 말의 절반은 걱정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백화점·할인점 같은 내수시장이 완전히 찌그러들고, 유일하게 면세점만 성장하니 안 들어갈 수 없을 뿐”이라고 했다. 마진이 크지 않고 재고 부담이 많은 유통 구조, 중국 당국의 통 큰 면세점 투자로 인한 경쟁 심화, 엔저에 따른 일본 업계의 경쟁력 강화 등 면세점 내부의 경쟁도 만만찮다.



 한데 가장 큰 걱정거리는 ‘유커가 변했다’는 것이란다. 먼저 씀씀이가 확 줄었다. 올 춘절 연휴기간 중 유커 1인당 구매액은 56만원. 2013년 90만원, 지난해 68만원에서 또 줄었다. 국내 면세점들은 그동안 면세 상품의 상징이었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을 상당수 치우고, 화장품·분유·유아용품 등으로 대체했다. 유커들이 한국에서 찾는 상품들은 주로 한류 스타가 모델로 등장하는 저가 화장품이나 유아용품처럼 싼 물건들이어서다.



 한데 전체 유커들의 취향이 알뜰쇼핑으로 바뀌진 않은 걸로 보인다. 지난해 유커의 명품 구매액은 810억 달러로 전 세계 명품 판매액의 35%에 달했다. 또 일본에선 지난 춘절 기간 10일 동안 우리나라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면세점마다 명품이 동이 났고, 시내 백화점들도 전기밥솥·비데 등은 진열할 물건도 없을 지경으로 팔았다. 한 중국 매체는 일본에서 TV·냉장고부터 쌀까지 소형 컨테이너에 쇼핑하는 유커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일본 쌀은 청정쌀이라며 온라인으로 배달까지 해 먹는단다.



 일본에선 컨테이너로 쇼핑하는 유커들이 한국에선 10개들이 한 묶음에 1만~2만원 하는 마스크팩에 쏠린다. 왜 그들은 비싼 건 일본에서 사고, 한국에선 싼 걸 살까. 업계에선 저가관광에 따른 싸구려 이미지가 굳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돈 좀 쓰고 싶은 관광객은 한국을 외면하고 일본·유럽 등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쇼핑 인프라 구축에 앞서 관광 인프라 재정비부터 해야 한다는 얘긴 그래서 나온다.



 요즘 우리한테는 줘도 안 쓰는 일본산 밥솥에 중국인들은 열광의 도가니다. ‘왕년의 명성’ 효과는 아닐까. 일본은 브랜드와 이미지 마케팅에서 성공적이다. 우리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품목이 한정돼 있고, 화장품이나 패션의 약진은 ‘한류 스타’의 후광 효과로 봐야 한다. 국가 이미지, 브랜드, 상품 경쟁력 등을 널리 알리는 마케팅 노력보다 한류를 통한 ‘우연한 행운’에 착시현상을 일으켜 안주하는 건 아닌지, 면세점 늘려놓고 싼 물건 파는 데 집중하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화장품·패션 아니어도 우리나라엔 팔아야 할 물건이 너무 많다. 기왕에 통 큰 쇼핑에 나선 유커들이 컨테이너에 쇼핑해 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국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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