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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기자의 '한끼라도'] 라면보다 쉬운 스페인 새우 요리



저녁을 건너뛰고 밤 9시쯤 집에 도착할 때가 있습니다. 밥을 짓자니 귀찮습니다. 치킨이나 탕수육같은 배달음식은 싫어합니다. 남들은 이럴 때 보통 라면을 끓인다는군요. 저는 새우 요리를 합니다. 라면보다 새우 요리가 쉽기 때문입니다.

새우 요리 준비물은 마늘, 칵테일 새우, 올리브 오일입니다. 팬을 꺼내 올리브 오일을 찰랑거리도록 넉넉히 담고 예열합니다. 그동안 칵테일 새우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마늘은 꼭지만 제거합니다. 뜨거워진 팬에 마늘을 넣습니다. 마늘 표면이 갈색으로 노릇노릇 구워지면 물기 없는 새우를 넣고 뒤적뒤적합니다. 소금도 적당량 넣습니다. 올리브 오일에 재료를 익히는 거라 느끼할 수 있거든요. 짠 맛이 필요합니다. 후추는 불을 끈 뒤 먹기 직전 뿌리고요.

이제 먹을 시간이군요. 조리시간은 약 10분입니다. 예열 후 마늘을 익히는 데 7분, 새우를 넣어 뒤적이는데 3분 걸립니다.

맞벌이 부부의 야식 메뉴 말고도 이 요리는 쓸모가 많습니다. 갑작스럽게 남편의 술친구들이 방문했을 때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요리를 잘한다고 믿는 몇몇 지인이 레시피를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가르쳐주는 게 이 레시피입니다.

국적불명의 새우 요리라고 통칭했지만, 사실 스페인에서는 ‘까수엘라(Cazuela)’라고 부르는 대중적인 타파스(Tapas)입니다. 타파스는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소량 먹는 음식입니다. 가짓수는 지역과 재료에 따라 수 백 가지가 넘습니다.

문어를 올리브 오일에 익힌 뽈뽀나 이베리코 멧돼지를 얇게 저민 하몽이 대표적입니다. 까수엘라도 빠질 수 없죠. 까수엘라의 원래 뜻은 작은 냄비입니다. 여기에 마늘과 새우, 초리조(스페인의 매운 햄), 매운 고추 등 갖은 재료를 넣고 끓여냅니다.

여러 번 만들다 보니 비법도 생겼습니다. 일반 후라이팬보다는 열기를 오래 간직하는 무쇠팬에 만들어야 더 맛있습니다. 저는 미국의 롯지(Lodge) 제품을 사용합니다. 칵테일 새우는 물기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올리브 오일이 묽어지지 않도록요. 새우를 너무 오래 익히면 쪼그라듭니다. 제 크기를 잃지 않도록 적당히 뒤적이면 충분합니다.

달지 않은 바게트를 오일에 찍어먹으면 맛있습니다. 남은 오일에 파스타를 볶으면 마늘 향이 진하게 밴 한 그릇 요리가 되지요.

이 요리를 처음 맛 본 사람은 당신이 요리를 잘한다고 오해할겁니다. 그만큼 맛있거든요. 다음 편에서 새우 요리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안주를 공개하겠습니다. 만들기 전에 냉장고에 맥주나 와인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세요.

강남통신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이영지 기자의 한끼라도]
요리 안 하는 남편을 바꾼 '마법의 오일'
솥밥 짓는 시간, 아침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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