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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영국 총선 패배자는 ‘여론조사’ … 응답 꺼린 보수층 못 읽었다

선거보다 재미있는 극장이 없다. 예측불허의 접전으로 정국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난투 끝에 누가 이겨도 ‘승자가 없는 비극’이 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편이 낙승했다면 재미에 페이소스를 더했다고 해야겠다. 최근 영국 총선이 그랬다.

 총선이 끝나고 영국 여론조사 회사는 온통 초상집 분위기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초박빙이어서 과반 없는 의회가 되리라고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다. 영국조사협회의 자료를 보면 8개 유력 조사회사를 종합했을 때 보수당을 4.2% 과소평가하고 노동당은 2.4% 과대평가했다. 총선예측 역사상 악몽이라 할 수 있는 1992년 총선예측 실패를 재현한 수준이다. 92년에도 모든 조사회사가 노동당이 승리할 것으로 잘못 예측했다.

 결국 예측에 쏠림 현상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 조사회사는 선거 직전에 실제 결과와 같은 예측치를 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믿지 못하고 폐기했다고 전해진다. BBC는 선거 전날 노동당이 근소하게 앞선다고 발표하는 등 박빙설을 제시하다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보수당 316석과 노동당 270석이라고 예측해 모두를 경악에 빠뜨렸다. 공영방송으로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정도라고 해야겠다.

 영국조사협회는 예측 오차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오류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원인 분석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

 일단 전통적 방법에 내재한 편향이 문제다. 92년 실패 이후 영국 조사회사는 RDD 전화조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또는 자유주의적 유권자에 대한 과대평가를 막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전화조사에 대한 보수층의 체계적 응답 거부 때문이다. 전화 조사에 대한 응답편향을 보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인터넷 조사 같은 보완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 아무리 최신 방법론을 적용한다고 해도 인터넷 조사가 전화 조사보다 정확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인터넷 모집단의 의견을 측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게 도대체 뭔지 규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마다 주요 사안과 유권자 정서가 결합해 특별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92년 총선에서 발견했던 ‘의견 표명을 회피하는 보수주의자 효과’라 불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유권자 중에는 특정 사안에 대해 극도로 의견 표명을 자제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이민자 정책과 유럽연합(EU) 탈퇴가 이런 효과를 낳았을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이민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보수당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노골적으로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고려해도 유권자의 맘이 바뀌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조사방법이 발전하고 분석기법이 정교해도 선거에 임박해 유권자가 결단을 내리면 방법이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들을 ‘스윙’ 유권자라 부르며 신비한 현상으로 치부하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는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 즉 유권자 권력을 개념화한 것에 불과하다. 선거 정치의 주인공은 관객이면서 주인공인 유권자인 것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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