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바삭.촉촉한 빙화교자 범상치 않은 동네 만두

군교자. 빙화만두 방식으로 만들어서 한쪽 면은 바삭하고 다른 면은 촉촉하다. 덕분에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약 1800년전, 중국에서 위(魏)·촉(蜀)·오(吳) 세 나라가 천하를 다투던 시대 이야기다. 촉나라의 제갈량이 남쪽 오랑캐인 남만족(南蠻族)을 정벌하고 돌아올 때였다. 노수라고 하는 큰 강에 이르렀는데 귀신들이 일으키는 풍랑이 심해서 건널 수가 없었다. 풍랑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람 49명을 희생시켜 제사를 지내야만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제갈량은 기지를 발휘했다.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고 그 속에 고기를 넣어서 대신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귀신을 속여 노수를 무사히 건넌 것이다. 그때부터 이렇게 만든 음식을 남만족의 머리라는 뜻으로 만두(蠻頭)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삼국지』이야기에서는 전한다.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만두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날 만두(饅頭)는 다른 한자를 쓰는데 그것은 후대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59> 동화동 바오쯔

유래가 좀 으스스하기는 하지만 그 유명한 제갈량이 만들었다니 삼국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두에 대한 느낌이 특별해졌다. 학창 시절 참새 방앗간이었던 분식점에서의 추억들이 함께 얽혀 있어서 더 그렇다. 친구들과 없는 주머니를 털어서 만두를 시키고 서로 먹으려고 경쟁했던 일, 설레는 마음으로 여학생과 마주 앉아 뜨거운 줄도 모르고 입에 집어넣다가 입천장을 데인 일 등등 추억이 끝도 없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맛있는 만두집들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계속 비싸지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사이에 만두의 지위는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맛없는 싸구려쯤으로 내려앉았다. 동네 마실을 가다가 문득 편하게 들어가면 값이 싸면서도 따끈하고 맛있는 만두가 기다리고 있는 그런 곳이 아쉬웠다. 동화동 ‘바오쯔’는 내가 찾던 그런 동네 만두집이다. 정성스럽게 만드는 맛있고 신선한 만두를 먹을 수 있다. 고맙게 값도 싸다.

▶바오쯔 : 서울시 중구 동화동 282-86 전화 02-2236-0111. 첫째, 셋째 일요일은 휴무인데 6월부터는 연중무휴다. 군교자·교자·리틀바오쯔 5000원. 킹바오쯔 1개 2000원
이곳은 만두로 인생의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나선 임등호(35)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임 대표의 아버님께서는 40여 년 동안 중식당을 운영하셨다. 식구들은 누구나 ‘밥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버님의 지론이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주방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중고등학교 때에도 계속 방과 후에는 주방 일을 거들면서 자연스럽게 중식 요리를 익혔다. 대학에서는 다른 전공을 했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요리 인생을 시작했다.

중식당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고, 외식 기업에서는 사무직으로 다양한 일을 하며 경영에 필요한 공부도 했다. 그러면서 만두의 가능성을 보았다. 아주 저급한 재료로 만드는 ‘쓰레기 만두’로 인해 한때 외면받기도 했지만 원래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작은 만두전문점을 창업한 것이 2012년의 일이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군교자’라고 이름 붙인 구운 만두다. ‘빙화(氷花)교자’ 방식으로 만든다. 전분에 물을 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만두를 놓고 구어 낸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구우면 바닥은 바삭하게 구워지지만 윗부분은 수증기로 촉촉하게 익혀진다. 구워진 모습이 마치 눈꽃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만두 속은 돼지고기 뒷다리살과 등지방을 6:2로 적당하게 섞고, 양파·대파·부추·얼갈이 등 네 가지 야채를 함께 다져 만든다. 만두피가 바삭하면서도 동시에 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우선 일품이고, 깔끔한 감칠맛이 넘치는 만두속과 거기에서 우러나는 육즙이 같이 어우러지면서 입안이 행복해지는 조화로운 맛을 즐기게 해준다.

만두의 맛은 재료와 신선함이 좌우한다. 이곳 만두는 바로 이 두 가지 면에서 뛰어나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매일 만드는 즉석 만두이기 때문이다. 냉동해서 오래 유통되는 만두, 저급한 재료에 조미료를 잔뜩 써서 억지로 맛을 낸 만두, 젤라틴을 넣어 육즙을 만들어내는 만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만두를 만드는 기술도 중요한데 이곳은 여러 가지 면에서 수준이 높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오래도록 준비해왔고 만두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문점이어서 그렇다. 11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만두를 만드는 사람만 네 명이나 되니 말 다했다.

비싸고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떤 곳에서든 가능한 일이다. 가격이 싸면서도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바오쯔’에서는 정성과 열정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노력이 널리 인정받고 보답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야 살맛나는 곳이 된다.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