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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칙 속 유연성’ 보여준 중·인도 외교

60년 앙숙들도 실리를 택했다. 중국과 인도가 양국의 최대 갈등 현안인 국경 분쟁을 협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한 뒤 이런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나라는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성명에 포함시켰다.

 양국은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벵갈루루·마이소르를 잇는 철도 고속화 사업과 스마트 도시 건설, 평화적 핵 이용, 우주항공, 의료교육, 지질과학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총 24개 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인구 26억 명(중국 13억6000만 명, 인도 12억4000만 명)의 거대 경제권을 움직일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리커창은 “두 나라는 항공·우주에서 지진까지, 즉 하늘부터 땅까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협정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했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 60여 년간 국경 분쟁이라는 대립과 반목의 역사에 갇혀 있었다. 인도 북부 산악지역 카슈미르주의 영유권을 놓고 두 나라는 1962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4200㎞에 달하는 양국 국경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는 중국 병사들이 인도 국경을 넘어 양국 병력 1000여 명이 대치하기도 했다.

 갈등과 충돌로 일관하던 양국 관계에 화창한 봄기운이 번진 것은 ‘원칙 속 유연성’이라는 실리외교 전략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모디는 구자라트주(州) 수석장관 시절(2001~2014년)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개혁·개방의 성장 모델을 배웠다. 12억4000만 명의 국민을 대표하는 총리가 된 모디는 중국의 성장 모델을 이식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투자가 절실한 상태다. 중국은 시진핑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인도를 중요한 파트너로 삼아야 했다.

 이런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양국은 외교전쟁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과거의 역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내다봤다. 중국과 인도는 공동성명에서 “양국 관계의 큰 틀과 인민의 장기적인 이익 차원에서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한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외교에는 영원한 동지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반면 국익은 영원히 지켜야 할 국가의 최고 가치다.

 이에 입각해 강대국들은 지금 세계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지난달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은 신(新)밀월시대를 열고 있다. 아베 정권과의 대화를 거부해온 중국도 최근 양국 정상회담을 하는 등 화해를 도모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외교는 ‘원칙’이라는 명분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원칙 있는 신뢰 외교’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 시절 저지른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원칙이 국익보다 상위 가치일 수는 없다. 그 원칙이 모든 한·일 외교 현안 해결의 전제조건이 돼선 곤란하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가 원칙에 매몰된 채 자칫 국익을 놓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래를 지향한다는 게 과거를 잊자거나, 지우자는 뜻은 아니다. 중국과 인도가 보여주었듯 한국 외교도 과거와 미래를 분리해 국익이라는 실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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