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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무능·정직하다면 타 계파 수장은 무능·탐욕”

문(文)의 반격.

[새정치연합 내홍] 몰리던 문재인 강공 나선 배경은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비주류에 끌려가는 듯 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라”는 비노 측의 공세를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私心)”으로 낙인찍으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사람은 좋지만 우유부단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일거에 뒤집는 초강수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비노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지만 친노 측은 “문재인이 터프해졌다”며 내심 환영하는 모양새다.

비선 논란에 ‘3철’ 빼고 성명서 작성
4·29 재·보선의 0-4 패배만큼 이후 수습 과정에서도 문재인 리더십은 사실 낙제점이었다. 선거 다음날 기자회견에선 대표로서의 반성과 책임보단 박근혜 정부를 향한 뜬금없는 공격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비노계 이종걸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당의 권력추가 흔들렸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며 문 대표를 압박했다. 이 와중에 정청래 최고위원은 ‘공갈’을 입에 담았고, 유승희 최고위원은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연이은 당내 분란을 대표 문재인은 전혀 제압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했다. ‘봉숭아 학당’이라는 비아냥은 결국 문재인 체제를 향했다.

코너로 몰리던 문 대표는 왜 갑자기 일격을 가한 것일까. 문 대표의 한 측근은 “김한길 의원이 불을 지폈다”고 전했다. 비노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11일 “친노 좌장이 될 것인지, 야권 대표 주자가 될 것인지 선택하라”며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 측근은 “다른 사람도 아닌 전직 대표가 ‘당권을 내놓으라’고 떠드는 것을 보고 ‘이러다 진짜 식물 대표가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문 대표의 승부욕과 독기를 자극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때부터 이른바 ‘문재인의 성명서’가 구상됐다. 글은 문 대표가 직접 썼다고 한다. ‘3철로 불리는 비선 라인에 휘둘린다’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김현미 비서실장, 윤건영 보좌관 등과 상의했다. 보좌진은 “당 조직 인선을 어떻게 새롭게 하고, 당 운영을 어떻게 할지” 등 ‘수습’과 ‘미래’에 방점을 두려 했으나 문 대표가 작심하고 비노계를 겨냥해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적시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대권을 노리는 사람이 총선에 자기 사람 몇 명 더 심는 데 목매겠나”라고 반문했다. “문 대표는 야권의 계파정치에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크다. 이번 성명은 문 대표의 속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남도 “문재인 사퇴 반대” 여론 높아
성명서는 전병헌·오영식 등 최고위원들의 만류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결국 우발적인 계기로 14일 유출된다. 성명서 공개 이후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 대표는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기득권에 안주해선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거센 비노 측의 반발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은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당내 모든 계파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초계파 혁신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공격→확인→대안 제시라는, 과거엔 볼 수 없었던 거침없는 행보다.

문 대표의 승부수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비노 측의 끊임없던 파상 공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무엇보다 문재인이 깃발을 들자 친노의 응집력이 높아졌다. 친노계 김경협 의원은 16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당내 기강이 말이 아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분당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전형적인 해당 행위”라며 “나 같으면 더 세게 썼을 거다. 지분 나눠 먹기와 같은 야합을 적나라하게 까발려야 한다”고 했다.

이탈 조짐을 보이던 중도 성향 세력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는 점도 주목된다. “문 대표에게 실망했다”며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오영식 최고위원은 15일 “문 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 역시 “문재인 흔들기의 주된 목적이 공천권 때문이란 건 이 바닥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 아닌가”라며 “문재인이 무능하지만 정직하다면 다른 계파 수장들은 무능하면서 탐욕스럽다”고 일갈했다.

문 대표가 강수를 둘 수 있었던 배경엔 여론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15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재·보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3%가 “사퇴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호남에서도 문 대표 유지(57%) 응답이 높았다는 건 흥미롭다. 더욱이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선 더욱 확고했다. 무려 81%가 “사퇴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계속 떨어지는 당 지지율이 문제
문 대표의 연이은 강공에 비노 측은 들끓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16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랬더니 공천권 지분을 얘기하고 나서는 게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난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비노가 무슨 기득권이 있느냐, 기득권은 문 대표와 친노”라고 했으며, 정대철 고문은 “나라면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글부글 댈 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비노 진영의 고민이다. 우선 전열이 흩어져 있다. 한쪽에선 “문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박주선 의원)고 하지만 “선거 질 때마다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 체제를 꾸리는 게 능사인가”라는 반대 논리도 적지 않다.

구심력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고문에게 계속해 러브 콜을 보내는 이유다. 계파색이 옅은 손 전 고문을 다시 옹립해 친노와 비노 간의 균형추를 유지하면서 차기 총선과 대선에 임한다는 구상이다. 이 또한 문 대표가 강하게 버티면서 틀어졌다. ‘문재인 사퇴-손학규 대표 추대’로 이어지는 비노 측의 시나리오는 오히려 당내 지분을 요구하는 욕심으로 치부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가는 형국이 돼 버렸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문 대표도 상황이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당 지지율이 계속 하강 중이다. 22%로 새누리당(42%·한국갤럽 조사)과 거의 더블 스코어 차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이미 추월당한 상태(38%대 42%·한국갤럽 조사)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문 대표가 당 수습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노와 비노 간의 격돌이 쉽사리 잦아들지 못한 채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전후해 문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또 한번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민우·이충형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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