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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 자체가 역사 … 스필버그·올리버 스톤 감독도 ‘역사가’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는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가 간혹 다뤘을 뿐 상업영화에 등장한 적은 거의 없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라 극영화로 끌고 갔을 때 상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몇몇 필름에 남은 기록은 알면서 모르는 척했던 아픈 역사를 드러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1995년 개봉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다. 한국 다큐멘터리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한 ‘낮은 목소리’는 위안부였던 할머니들이 침묵의 세월을 딛고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싸우고, ‘나눔의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스크린을 통해 세상에 퍼졌다. 2000년까지 총 세 편이 제작되면서 관객들은 할머니들의 경험과 고통을 체감했다. 학자가 연구하거나 뉴스가 전하는 사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를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다큐멘터리가 아니어도 역사를 다루는 영화는 역사를 평가·해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교육학부의 앨런 마커스 교수는 ‘역사 수업에서의 극영화’라는 논문에서 2차적인 역사 사료로서의 영화를 평가했다. 그는 “극영화의 이미지는 재창조된 것이지만 종종 세세한 고증과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며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홀로코스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매스미디어의 힘이 거대해진 시대에는 학자의 연구보다 영화가 역사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며 “어린 학생과 대중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통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된다”고 썼다. 설령 과거를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픽션’이 역사에 대한 시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스티븐 스필버그나 올리버 스톤 등 영화감독들은 ‘역사가’로 불리기도 한다.

영화평론가인 강성률(동북아문화산업학부) 광운대 교수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그 자체로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화를 통해 잘못된 사실이 대중에겐 정사(正史)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며 98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프라이드:운명의 순간’을 예로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영웅시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지만 일본에선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강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는 당연히 영화로 제작될 필요가 있고 지원을 해서라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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