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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통합의 盛唐시대가 시진핑과 현대 중국의 롤 모델

사진 김춘식 기자
-1980년대 초부터 ‘호한체제론’을 제시했다.
“위진남북조 시대에 호족과 한족이 중국 영토에서 서로 뒤섞여 하나의 문화체제를 융합·형성해가는 현상을 말한다. 한족과 비한족이 모순과 갈등을 겪으며 상대를 인정하는 공존관계로 바뀌면서 수(隋)와 당(唐)으로 이어지는 대제국 형성을 이끌었다. 이후 중국 역사는 호(胡)와 한(漢)이 길항·공존하는 형식으로 전개됐다. 궁극적으로는 현대 중국도 호한체제 국가라고 보는 관점이다.”

-당제국이 현대 중국에 남긴 유산은.
“중국을 호한 복합국가로 본다. 서북은 소수민족이 주로 사는 자치구, 동남은 한족이 사는 성(省)으로 돼 있다. 이질적인 것을 합쳐 하나의 중국을 형성했다. 이제 한쪽을 분리해서는 중국이 온전히 성립할 수 없도록 불가분의 하나로 융합됐다. 이런 중국은 오호족(五胡族)이 만리장성 안으로 남하한 이후 이질적인 두 문화가 융합돼 세계 최다 인구를 가진 나라가 됐다. 대당제국에 와서 이런 국면이 형성됐다. 가장 이질적인 문화인 농경과 유목문화가 만나 충돌하고 반목했지만 이는 통합을 위한 과정이었다. 세계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지대물박(地大物博)한 중국은 이러 과정을 거쳐 등장했다.”

-중국의 원형을 이룬 당제국의 특징은.
“제국은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몰려오는 나라다. 사람이 몰려오려면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 미국이 한동안 그러했고 아직도 그렇다. 추신수·류현진·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갔고 박병호도 가고 싶어한다. 실력과 노력이 통하는 사회가 제국의 필수조건이다. 지극히 선하고 평등한 나라는 없다. 당나라에도 나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봐야 한다. 당제국은 중국 역대 왕조 중 가장 먼저, 가장 대규모로, 가장 평등하게 다른 문화를 포용한 나라다. 흑인도 활동하고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흑인 선수가 출전한 것은 1947년에 이르러서였다.”

-시 주석은 대당제국의 영화를 재현하려 한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견이 많지만 내부 문제(인구, 지역별 빈부격차, 자원 등)로 그 역할을 수행하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많다. 어렵겠지만 존경받는 나라가 돼야 한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중국적인 것을 배우기 위해 찾아갈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당(唐·618~907)제국의 수도 장안(長安·지금의 시안·西安)을 방문한 14일 중국은 ‘제국’의 격식으로 환영했다. 당제국의 깃발을 든 황금 갑옷의 병사와 궁녀들이 모디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시안 신화=뉴시스]
-시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신 실크로드)’는 어떤 역사적 맥락을 갖나.
“우선 자원 확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마침 당대의 대외 진출로와 일치한다. 명(明) 정화(鄭和) 이전에 당은 이미 동남아를 거쳐 아프리카로 진출했다. 동남 연안에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활약했다. 시진핑은 중국을 세계의 굴뚝으로 만들어 외국 상인들이 찾아와 국내총생산(GDP)을 올리는 개방 전략을 펼치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진시황부터 당 이전까지 강력했던 역사를 말하다가 최근에는 당나라만 주로 언급하고 있다. 한과 당의 차이는 대외 개방 여부였다. 당 역시 외국인을 포용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이것이 내가 파악하는 일대일로 전략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했다.
“현재의 상황이나 입장에 서서 역사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각 시대적 실상은 현재와 다르다. 중국에서 ‘현재 중국강역 내에서 일어난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다’라고 하니 당연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고구려 영토는 지금 한국과 중국 영토에 나뉘어 편입돼 있다. 역사는 역사대로 그냥 두어야 한다.”

-한국인에게 ‘혼혈의식’‘관용’ 등 ‘제국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역사는 제국을 지향하지 않았다.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나아가서도 안 된다. 제국의식의 결여를 탓한 게 아니라 ‘제국’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순혈주의가 갖는 장점이 있으니 이 장점은 잘 다듬되, 우리와 다른 나라의 역사와 방향도 이해해야 한다. 연대의식은 너무 강해도 문제다. 순혈주의는 자기와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폐단이 있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며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개인이 양보하고 함께 사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인에게 ‘당나라 군대’는 형편 없었다는 편견이 있다.
“청일전쟁 당시 청군이 일본군에 지는 것을 목격하고 생긴 편견이다. 당은 당제국이 아니라 중국을 지칭하는 대명사다. TV 앵커와 국회의원 몇몇이 잘못 발언한 적이 있었다. 실제 당군은 강했다. 강했다는 한나라 군대가 30만 흉노군에게 패했던 반면 당은 100만 돌궐제국을 격파했다.”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자 황제였던 무측천(武則天)도 당나라 황제였다.
“무후는 첫째, 간언을 받아들이고 사람을 볼 줄 아는 용인의 천재였다. 둘째, 탕평적 용인을 펼쳤다. 구정치 세력이 누리던 기득권을 용납하지 않았다. 셋째, 젊은 인재를 등용했다. 넷째, 민생을 중시했다. 통치 50년간 대규모 농민반란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의 관용 부족 현상은 극복될 수 있을까.
“중국이 갑작스럽게 빈국에서 부국으로 부상해 혼돈상태인 것 같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와 중국화하는데 300~400년이 걸렸다. 서구의 근대사상이 중국에 들어온 지 이제 100년이 갓 넘었다. 중국식으로 소화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의 중국정치 연구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공진화(共進化·co-evolution)를 제안하고 있다.
“한국은 당 태종·고종 시기의 한반도 개입이 있었기 때문에 당제국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선한 제국은 지구상에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다. 이웃하고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양국이 ‘공진화’ 외에는 해답이 없다. 신라 통일 이후 중국 중원 왕조와 한반도 왕조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관계가 정립돼야 한다.”



박한제 서울대 명예교수.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와 수당제국 역사의 세계적 권위자다.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저서로 『중국중세호한체제연구』(1988), 『인생-나의 오십 자술』(1997), 역서로는 『진인각, 최후의 20년』(공역, 2008) 등이 있다. 제3회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2010)을 받았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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