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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칼럼] 어린이 장래 희망에서도 찾기 어려운 ‘총리’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최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전 총리는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취임 후 불과 70일 만이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인터넷판은 ‘최근에 임명된 한국의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디언 기사의 작은 제목은 ‘부패 스캔들로 이 총리가 물러났다’였다. 이런 보도들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명의 총리가 사퇴했다. 총리 후보였던 3명은 중도에서 낙마했다. 총리라는 직책은 그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그다지 빛나 보이지 않는다. 총리 공관은 청와대 인근 서울 삼청동에 있다. 아마도 이는 대통령을 긴밀히 보좌해야 하는 총리의 역할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래 희망이 총리라는 어린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 총리는 상징적인 존재로 실질적인 파워가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총리가 되기 위해선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에 앞서 언론의 혹독한 검증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총리 후보의 개인사는 낱낱이 밝혀진다.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인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도 이런 검증이었다. 총리 후보 개인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련이다. 한국에서 자신과 가족이 지나온 길을 모두 검증받고 이를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이 누군가를 혼내주기 위해선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그러나 총리는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총리는 정부조직상 가장 중요한 조언자이자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총리 역할의 약화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모든 정부에는 2인자가 필요하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문제가 생긴 이후 2인자를 물색할 경우 이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

미국에서의 2인자는 부통령이다. 한국의 총리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유고 시 그 역할을 대신한다. 최근 미국의 부통령들은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앨 고어, 딕 체니, 조 바이든 등이 그들이다. 이들로 인해 부통령직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와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30년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존 가너는 부통령직에 대해 ‘전혀 필요 없는 자리’라고 했다. 많은 한국인도 아마 총리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1등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런지 2인자인 총리라는 자리에 관심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인 학자로서 한국 정부의 2인자 역할을 규정하고 평가한다는 것이 주제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치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볼 때 한국 총리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애매모호한 정체성 때문이다. 현재로선 총리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총리직을 없애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검증 과정 등에서의 부작용보다 총리의 역할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크지 않아서다. 앞서 언급했듯이 총리 후보자의 중도 낙마나 스캔들로 인한 국가 이미지 훼손과 정치적 혼란을 심각히 따져봐야 한다. 이젠 더 이상 총리직의 성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



한스 샤틀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2004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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