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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는 엔터테인먼트, 열광적인 팬덤이 흥행 원동력

지난 11일 열린 한 프리미어리그 경기. 열광적인 팬들은 EPL을 먹여살리는 원동력이다. [신화통신=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가장 인기 있는 축구 리그다. 212개국, 6억4300만 가구에 중계되고, 시청자 수는 47억 명에 달한다. 메시와 호날두(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열광해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좋은 성적을 올려도, 리그 자체의 인기는 EPL이 월등하다는 평가다.

EPL은 축구 리그지만 영국 내 20개 축구클럽이 투자한 기업 법인이기도 하다. TV중계권과 스폰서십 등을 통해 2013년에 25억2000만 파운드(약 4조3100억 원)를 벌었다. 매출 기준으로 북미 지역 NFL(미식축구)·MLB(야구)·NBA(농구)에 이어 세계 4위의 스포츠 리그다. EPL 클럽인 토트넘 홋스퍼의 도나-마리아 컬런 선임이사(executive director)는 최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EPL의 경쟁력은 “다양성과 상호 경쟁 구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런던 북부 토트넘에 있는 홋스퍼의 홈 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그를 만났다.

도나-마리아 컬런
-사람들이 왜 유독 EPL에 열광할까요.
“경쟁적인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인 리그를 보면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 전체를 압도하잖아요. 나머지 팀은 가끔 두각을 나타낼 때도 있지만 꾸준히 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죠. 반면 EPL은 첼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아스널·리버풀처럼 잘하는 팀, 화제가 되는 팀만 5~6개가 넘습니다. 한 마디로 경기를 볼 때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거죠. 프로축구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EPL은 팀간 무한 경쟁으로 엔터테인먼트 가치를 배가시키죠.”

-잘하는 팀 얘기했는데, 토트넘은 어떤가요.
“토트넘은 도전하는 입장이죠. EPL 20개 클럽의 각종 통계와 매출을 볼 때 톱5가 있고, 우리가 있고, 나머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토트넘은 도약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죠. 경영자 입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구도예요. 2001년 현재의 경영진이 클럽을 인수했을 때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선수에 투자한다, 선수를 자체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만든다, 새 경기장을 짓는다.’ 그동안 우리의 핵심 자산인 선수들에게 투자를 많이 해서 성과를 거뒀고, 해리 케인 같은 EPL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를 우리 아카데미에서 길러내기도 했죠. 이제 세 번째 목표인 새 경기장을 짓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축구단 경영과 일반 회사 경영은 어떻게 다른가요.
“하나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 또 하나는 속도예요. 속도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축구단의 업무 강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업무가 1주일 내내, 24시간 계속 돼요. 축구가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스포츠이다 보니 세계 모든 사람들이 축구에 대해 한마디씩 하죠. 신문과 SNS에 24시간 언급되는 일반 회사가 또 있을까요? 우리가 일반 회사와 다른 이유죠. 공적인 영역에 항상 노출돼 있는 거예요. 그 와중에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야 해요. 시즌이 빨리 지나가니까요. 현재 새 구장을 짓고 있어서 더 바쁩니다. 예측 불가능한 점은 뭐냐면 다른 회사에선 사업계획을 미리 세울 수가 있어요. 물론 어려운 일이나 장애물이 도중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축구처럼 매번 동료 11명을 전장에 보내고 결과에 목숨을 거는 회사는 없죠. 경기 결과에 따라 사업하기가 훨씬 쉬워지거나 어려워지죠.”

-컨설팅 회사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축구단 경영에 도움이 되나요. (컬런 선임이사는 수년간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다 2001년에 토트넘 구단으로 이직했고, 2007년 이사회 멤버가 됐다.)
“영국의 축구 클럽들은 오랫동안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았어요. 팬들은 보통 ‘경영’이나 ‘비즈니스’ 같은 단어를 싫어하죠. 그래서 축구와 경영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이제 팬들도 구단이 잘 운영돼야 팀이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하던 것처럼 ‘우리는 효율적인 경영 조직’이라고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그게 바로 내가 여기에서 목표하는 거예요.”

-경영철학은 뭔가요. 축구에서 영감을 얻나요.
“축구단이라고 해서 축구에서 경영 아이디어를 얻지는 않아요. 철저하게 경영 원리에 따라 구단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다른 잘 되는 조직처럼 말이죠. 축구에 대해선 다들 전문가인 양 한마디씩 하잖아요. 그런 것에 동요되지 않고 중요한 것에 집중해서 클럽을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게 내가 맡은 임무입니다. 그것이 클럽에 좋은 결정이라면 팬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에게도 좋은 결정이 되겠죠.”

-다른 기업들이 토트넘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우리는 이런 표현을 써요. ‘토트넘은 우리 클럽이 아니라 그들의 클럽이다’. 경영진은 팬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팀 운영을 맡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다루는 제품이 축구가 아니었다면 토트넘이 부진할 경우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을 선택하겠죠. 하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아요. 팬에게 축구 클럽은 죽을 때까지 영원한 거예요. 우리에겐 좋은 날과 좀 안 풀리는 날이 있고, 팬들은 언제가 좋은 날이고, 언제가 나쁜 날인지 바로바로 알려주죠. 그래서 우리는 팬들이 보내오는 e-메일에 경영진이 직접 답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고객센터에만 맡기지 않고 말이죠. 구단주인 대니얼 레비 회장도 e-메일 답장 보내느라 바빠요.”

-대니얼 레비 회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나는 레비 회장과 매일 얘기하는데요.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리더죠. 옳은 일이고 이해가 가는 일이라면 거침없이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고요. 경영진에게 신뢰를 아끼지 않아요. 레비 회장의 리더십으로 하위팀이었고 리그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던 팀이 이젠 톱을 넘보게 됐죠.”

-축구단의 여성 경영자인 점이 이채롭습니다.
“내가 조금 예외일 수 있지만 축구판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내가 여자라고 특별히 다른 점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내 자세도 그렇지만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대해 준 것 같아요. 나도 내가 여성이란 점을 느끼지 못하고, 그들도 마찬가지죠. 그냥 내 일을 할 뿐이에요. 물론 모든 회사의 여성들이 나 같지 않다는 걸 알아요. 내가 축구를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경영 쪽에 있어서 그런 점도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축구 경기를 보고 사람들과 축구 논쟁을 벌이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경영자예요.”

-감독과 팬은 특정 선수를 원하는데 경영진은 반대하는 일이 종종 벌어질 것 같습니다.
“보통은 감독과 팬이 원하면 그런 선수가 꼭 필요한 상황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팀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조사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여느 사업과 마찬가지로 (특정 선수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려면 그 투자가 제대로 된 투자인지 살펴봐야 하는 거죠. 축구는 순수 과학이 아닙니다. 두뇌로 할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의 조언도 많이 들어야죠. 또 어떤 선수를 영입하려고 돈을 많이 쓴다고 그 선수가 반드시 우리 팀에 오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항상 같은 포지션의 선수 2~3명을 함께 노리죠.”

-토트넘이 해외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훌륭한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명성을 듣고 외국의 축구협회가 제휴를 맺자고 해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고요. 미국 클럽에 우리 코치들을 파견해서 그곳의 코치들을 지도하기도 하죠. 이런 프로그램들을 아시아권으로 넓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우리의 메인 스폰서인 AIA 생명이 아시아에 엄청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함께 논의하고 있죠.”

-아시아라고 하면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일 텐데요.
“물론 중국이 크죠. 하지만 한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중요해요. 아시아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말 중요한 지역이니까요. 토트넘 해외 팬의 40% 정도는 아시아에 있어요. 다음 달에 말레이시아에서 친선 경기를 하기로 했는데 한국 팬클럽에서도 올 거예요. 한국 팬클럽은 아시아의 13개 팬클럽 가운데 꽤 큰 조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 팬들에게 토트넘은 이영표 선수가 뛰었던 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선수를 영입할 계획은 있나요.
“영표 리! 훌륭한 선수였죠. 프로페셔널이었을 뿐 아니라 성격도 참 좋았어요. 우리는 한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의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할 준비가 돼 있어요.”


토트넘(런던)=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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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