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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킥 안 통해? 강정호, 목동스타일로 MLB 약진

미국 진출 후에도 타석에서 상황에 따라 레그킥을 하고 있는 강정호. [중앙포토]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주전 선수로 자리 잡았을까. 이젠 “그렇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피츠버그가 15일(한국시간)까지 치른 35경기 가운데 강정호는 15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선발 출전 경기가 절반이 안 되지만 지난 3주 동안 세 경기 중 두 번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갔다. 최근 6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그의 성적은 타율 0.270(63타수 17안타), 출루율 0.338, 장타율 0.429, 2홈런, 9타점. 최근 3경기서 변화구의 약한 모습을 보이며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강정호에 대한 구단의 신뢰는 여전하다.

 강정호의 타격은 피츠버그 라인업에서 돋보인다. 간판타자 앤드루 맥커친(29)이 타율 0.230, 3홈런에 그치는 등 타선 전체가 침체해 있기 때문이다. 클린트 허들(58) 피츠버그 감독은 “강정호의 한계가 어디인지 나도 모른다. 그는 어떻게 쳐야하는지 아는 타자”라고 칭찬했다.

이치로도 미국 진출 후 레그킥 포기
한 달 전만 해도 피츠버그 구단 내부에서는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규시즌 개막 후 강정호는 13타석에서 안타 1개만 때렸다. 앞선 시범경기에서도 타율이 0.067(30타수 2안타)에 그쳤다.

 지난해 그는 넥센 히어로즈에서 타율 0.356, 홈런 40개를 기록했다. 한국 최고의 유격수이자 장타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미국에서 한국·일본인 투수들이 성공한 사례는 많지만 타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일본 타자로는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 말린스)가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다. 이승엽(39·삼성)·김태균(33·한화)·이대호(33·일본 소프트뱅크) 등 내로라하는 홈런타자들도 빅리그 진출 대신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타자로는 1호 메이저리거인 강정호의 활약을 가늠할 만한 표본조차 없었다.

 강정호는 방망이가 아닌 다리를 지적받았다. 오른손잡이인 그는 타격할 때 레그킥(왼발을 높이 들었다가 놓으며 중심을 이동하는 타법)을 쓴다. 하체 이동이 크면 파워(중심)를 싣는데 유리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진다. 한국 투수들의 직구는 평균 시속 143㎞ 정도인데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시속 5㎞ 가량 더 빠른 공을 던진다. 게다가 빅리그 투수들은 투심패스트볼 등 빠르면서도 움직임이 심한 구종을 갖고 있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공을 칠 때 다리를 들면 스윙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일본에서 레그킥을 썼던 이치로가 미국 진출 이후 폼을 바꾼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강정호는 두 가지 타격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힘껏 레그킥을 하다가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왼 다리를 붙이고 때렸다. 몇몇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윙 폭을 줄이곤 하지만 강정호처럼 차이가 큰 자세를 병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트랜스포머’ 같은 스윙을 하면서도 그는 타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강정호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과 상대했다. 그는 레그킥을 사용해 시속 161㎞ 강속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었다. 이 한방으로 강정호는 타격폼 논란을 깨끗이 잠재웠다. 자신감을 얻은 강정호는 투 스트라이크에서도 상황에 따라 레그킥을 쓰기도 한다.

강정호 폼 보고 짐쌌던 MLB 스카우터
국내의 한 스카우트 관계자는 “지난해 강정호를 보기 위해 빅리그 구단의 담당자가 왔다. 그런데 그의 첫 타석을 보더니 짐을 싸고 나가버리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레그킥을 하는 타자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뚝심 있게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4~5개 구단이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적료 500만2015달러(약 55억원)를 적어낸 피츠버그가 단독 협상권을 얻었다.

 피츠버그의 응찰액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앞서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는 다르빗슈 유(5170만 달러·텍사스 레인저스), 마쓰자카 다이스케(5000만 달러·보스턴 레드삭스), 류현진(2573만 달러·LA 다저스) 등 대부분 투수들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아시아 야수를 저평가한 탓에 2000년 말 이치로(1312만 5000달러·시애틀 매리너스) 외에는 고액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치로와 니시오카 쓰요시(532만 9000달러·미네소타 트윈스) 다음으로 고액 응찰액을 기록한 게 강정호였다. 심지어 국내 일부 언론은 500만 달러가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해 ‘피츠버그가 위장 응찰을 했다’는 기사를 썼다. 높은 금액에 응찰한 뒤 강정호와의 연봉 계약을 틀어버리며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거라고 추측한 것이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와 5년 최대 총액 1650만 달러(약 180억원)에 계약했다. 온갖 편견과 맞서 도전한 끝에 한국 프로야구 타자로는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다.

백핸드 수비 능한 메이저리그형
지난 1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2루수-3루수-2루수로 이어지는 트리플플레이(삼중살)를 합작해 화제가 됐다. 13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선 유격수로 나와 멋진 점핑캐치를 했다.

 강정호가 피츠버그와 계약한 직후부터 그의 수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마쓰이 가즈오를 시작으로 일본 최고의 유격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했던 탓이다. 선수 시절 유격수를 봤던 염경엽 넥센 감독은 다른 예상을 했다. 염 감독은 “강정호는 백핸드 수비에 능하다.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빠지는 타구를 걷어내 아웃 시킬 수 있는 포구 동작과 송구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일본 내야수들은 타구를 몸 중심에서 잡으려 하다 실수가 많았다. 강정호의 수비 스타일이 빅리그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강정호는 평범한 내야수가 아니었다. 키 1m83㎝, 몸무게 97㎏의 체격을 갖춘 그는 광주일고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했을 만큼 강한 어깨를 갖고 있다. 발이 빠르지 않지만 순발력이 뛰어나 웬만한 타구는 걷어낸다. 강정호는 한국에서부터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수비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미국 무대에서 그의 수비가 통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입찰 과정부터 수비 스타일, 타격폼 논란까지 잡음이 많았지만 그는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을 믿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했다. 일본 내야수가 강정호보다 뛰어나다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걸 실력으로 입증하고 있다. 강정호는 넥센의 홈 목동구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신나게 치고 달리고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신명나게 미국을 뒤흔들었듯, 강정호의 ‘목동 스타일’ 야구가 메이저리그에 안착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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