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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의 세계 책방 기행] 그 책방 서가 보면 오늘의 중국 지식인 생각 보인다

2 만성서원의 담론공간인 북카페 ‘생각하는 사람들’.
1 책 읽는 중국 젊은이들. 중국은 1년에 45만 종을 출판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지식인의 문제의식을 관찰하려면 만성서원에 가면 된다.
“황혼 속에 등불 하나 내건다.”

베이징 청푸루(成府路).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 근처에 자리 잡은 인문학서점 만성서원(萬聖書園)의 카페에 걸려 있는 그림 속 시 한 구절이다. 여기엔 학인(學人) 류수리(劉蘇利)가 경영하는 만성서원의 선비정신이 담겨 있다.

만성서원은 1993년 류수리와 다른 두 지식인이 손잡고 만들었다. 창립 당시 인문·사회과학 도서를 중점으로 다뤘지만, 지금은 문학·예술 도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책방 크기는 600㎡, 8만여 종의 25만 권을 비치하고 있다.

책방이름 ‘만성’은 ‘수많은 양서’와 ‘수많은 저자’를 의미할 것이다. 루쉰문학상을 받을 바 있는 중견 시인 시촨(西川)이 말한 바 있다.

“만성서원 서가에 꽂혀 있는 책 저자들은 나에겐 성인들이다. 나는 이 성인들이 써낸 책의 첫 번째 독자가 되고 싶다.”

파트너 두 명은 지금 감옥 신세
류수리는 왜 책방을 열었을까.

“대학을 졸업했으니, 스스로 일해서 먹고살아야 했으니까요. 책방은 큰 자본이 들지 않지요.”

83년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86년 중국정법대 대학원에서 정책학을 전공한 책방 주인 류수리는 오늘의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의 한 사람이자, 도서시장의 민간 관찰자다. 당대 중국의 정치·사회를 비판하는 칼럼을 발표한다. 저명한 학자·지식인과 담론을 펼치는 마당을 마련한다. 인터넷 포털 신랑(新浪)이 운영하는 중국호서방(中國好書榜)의 서평위원이기도 하다. ‘올해의 책 10권’ 선정작업에도 나선다.

“네 가지 일을 합니다. 첫째는 책방 운영입니다. 둘째는 정치·사회에 대한 비판적 발언, 또는 글쓰기입니다. 셋째는 중국과 주변 국가의 관계 연구하기입니다. 넷째는 탄압받거나 감옥에 가는 자유주의자들의 뒷바라지입니다.”

요즘은 넷째 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종전에는 일과의 5분의 1만 할애했는데 요즘은 절반을 투입해야 한다. 2013년부터 탄압받는 지식인이 아주 많아졌기 때문이다. 책방 설립에 참여한 두 파트너 중 하나는 변호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구자인데, 둘 모두 지금 감옥에 있다.

“변호사 석방을 위해 변호사를 주선해야 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주소 中国北京海浞区成府路 59-1号
전화 86-10-6276-8748, 86-10-6276-8749
www.allsagesbooks.com
중국 정치에 대한 근원적 비판 견지
나는 파주출판도시에서 펼쳐지는 ‘파주북소리’의 일환으로 한국·중국·일본·타이완·홍콩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연대하는 파주북어워드(Paju Book Award)를 진행하고 있는데, 류수리는 파주북어워드의 중국 측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파주북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해 경과보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베이징 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했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그 무렵 홍콩에서 격렬한 반정부 데모가 일어났고, 중국 공안당국은 자유주의자 류수리가 행여 한국에서 홍콩으로 날아갈까봐 사전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홍콩에 갈 생각도 없었는데….”

89년 천안문사태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중국 정치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인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습니다. 권력자들 자기들끼리 합니다.”

중국 정치체제는 곧 엄혹한 그의 현실이다.

“불합리한 이 암덩어리 같은 것도 중국의 역사적 유산입니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병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조심스럽게 살아가야지요.”

만성서원의 류수리 대표.
교수·기업인·정부관리 많이 찾아
디지털시대다. 중국 책방에도 그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온라인 서점의 할인공세로 최근 들어 1만여 개의 서점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부가 책방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14년 중국정부는 16개 성·시의 서점에 2억 위안을 지원했다. 베이징 시는 2000만 위안을 서점지원 예산으로 책정했다.

“우린 그 돈 받지 않습니다. 원하지도 않습니다. 정부에서 하는 독서운동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만성서원은 그래도 비즈니스가 좋은 편이다. 중국 아카데미즘의 중심지역에 위치해 있기도 하지만, 비치되어 있는 책의 면면 덕분이다. 수준 있는 책이 운집해 있기에 연구자와 지식인은 만성서원에 와서 최신 이론과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교수·연구자·지식인뿐 아니라 기업인과 정부 사람도 찾는다. 문학인·법률가·예술가·의사, 그리고 영화인·방송인이 모여든다.

류수리를 만나던 날 오후 부동산개발회사 베이징완퉁(北京萬通)의 펑룬(馮倫) 회장이 책방에 나타났다. 펑룬은 『기업 경영자들이 늘 범하기 쉬운 열 가지 과오』를 저술하기도 했다. 공안의 감시를 받는 지식인이 경영하는 책방이지만, 이렇게 기업인도 드나든다. 중국의 또 다른 문제의식의 일단이 관찰되는 현장이다.

서점 3분의 1은 토론 공간으로 꾸며
초창기 만성서원은 법적으로는 민간서점이 아니었다. 당시 정부정책에 따르면 민간자본은 도서출판업에 진출할 수 없었다. 만성서원도 정부기업의 하부 단위로 간판을 내걸었다. 그러나 97년 중공당대회에서 “민간경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조성 부분”이란 정책이 채택되었고, 만성서원은 4년 동안 내걸었던 대리간판을 떼낼 수 있었다. 류수리는 책방의 경영철학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책을 파는 사람이 책을 사는 사람 입장에 서서 경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와 이익을 다투어야 합니다. 둘째, 길이 있는 한 계속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학술도서를 다루는 책방의 경영은 주인이 이상(理想)을 갖고 있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습니다. 셋째, 창조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책이 있는 공간과 책이 없는 공간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는 일찍부터 북카페의 필요성을 간파했다. 만성서원은 전체 공간의 3분의 1이 카페 공간이다. 성객(醒客)카페, ‘생각하는 사람들의 카페(Thinker’s cafe)’라고 이름 붙였다.

“책방과 카페를 함께 두어 사람들이 교유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찾아오지만, 책방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책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이야기할 장소가 필요합니다. 책을 산 사람은 당장 읽어보고 싶어합니다. 책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에 피곤합니다. 책방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책장을 넘길 수 있다면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서가엔 동시대 문제 담은 책 즐비
중국에선 30년 전 1위안 하던 책이 지금은 40위안으로 올랐다. 책값이 40배가 뛴 셈이다. 30년 전에는 1년에 2만 종의 책이 발행되었는데 지금은 45만종이 발행된다. 또 세계의 온갖 책이 번역·출판되고 있다. 디자인 수준도 경이롭게 발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정치체제는 ‘출판의 자유’를 옥죄는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중국 출판계에는 ‘내부발행’이라는 용어가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허용하지 않고 당국자만 읽을 수 있는 책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책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양언어의 번역·출판은 비교적 관대한 편이지만, 중국인 저술은 까다롭게 관찰한다. 대륙에서 출판할 수 없어 타이완과 홍콩에서 출간하는 저자도 있다.

“중국의 지식인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자 고민입니다.”

중국은 문자의 나라, 책과 독서의 나라다. 역사적으로 책을 읽는 자들이 통치해왔다. 리쩌허우(李澤厚)가 그의 역저 『중국현대사상사론』에서 말했듯이 “오늘의 중국 지식인은 전통시대의 사대부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발걸음을 이끄는 선봉 역할”에 나서고 있다.

“만성서원은 책만 팔지 않고 문화와 사상도 함께 팔려고 합니다. 상업을 영위하면서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문화현상을 비판하려 합니다.”

서가에는 현시대의 과제를 담고 있는 책이 즐비하게 꽂힌다. 정치문제뿐 아니라 도시문제·농촌문제·환경문제를 다룬 책이 꽂힌다.

“몽골·티베트·신장 등 소수민족 문제, 30년 개혁개방의 점검과 반성을 담은 책은 물론 지식분자로서 마땅히 관심을 기울이고 발언하는 책을 그때그때 서가에 진열하려 합니다.”

오늘의 중국 지식인과 연구자의 의식과 성과를 살펴보려면 만성서원으로 가면 된다. 오늘의 중국 정치체제 속에서 어떤 지적 연찬이 이뤄지는지 관찰하려면 만성서원에 가봐야 한다. 중국 지식인의 치열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류수리에게 저간의 체험과 생각을 쓰라고 권유했다.

“친구들도 책을 쓰라고 하는데, 다른 뒷바라지 할 일이 계속 생기네요.”

“류 선생이 책 쓰면 우리 출판사가 출간하겠습니다. 류 선생의 체험과 생각은 소중합니다.”



김언호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1976년 한길사 창립. 한국출판인회의·동아시아출판인회의 회장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역임.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과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책의 탄생』 『책의 공화국에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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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