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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동서 분단’을 치유하는 길

“국토건설계획을 세울 때 남북축 위주에서 벗어나 동서축을 따라 투자해 동서 간 교류가 활발해지도록 해야 한다.” 지난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내린 지시다. 김 대통령의 발언은 국토균형발전과 동서화합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로부터 세기가 바뀌어 17년이 지났다. 기대를 모았던 동서축 개발을 통한 국토공간 활용 방안은 여전히 관심 밖인 것 같다. 투자효율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집중 투자된 남북축 중심의 국토개발 방향이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집중된 남북축 중심의 국토개발이 현재의 경제발전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의 85%가 서울~경기~대전~부산으로 이어지는 남북 개발축에 집중되다보니 영호남 간 교류와 왕래는 더 줄어들고, 지역갈등의 골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역 간 주민 소득도 차이가 생겨나고 남북축으로만 인구이동이 일어나는 등 불균형이 가속화됐다. 그러다보니 남북축에서 벗어난 지역의 주민들은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됐다. 전북도의 사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랜 농도(農道)로서 대한민국의 식량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300만 도민이여 일어나라’라는 노래구절이 있을 만큼 상주인구 250만 명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내 총생산(GRDP)이 3% 수준으로 전락해 ‘낙후’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고 있다. 인구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난 정치 지형도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국토의 중간을 관통하는 남북축을 기준선으로 동쪽 아니면 서쪽으로 확연히 갈라진 모습에서 남북 분단에 이어 동서가 분단됐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남북축은 발전축이면서 동시에 갈등축인 셈이다.

동서축 개발이 갖는 의미는 너무도 자명하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남북시대를 넘어서 호남권~영남권을 잇는 동서시대로 가야한다. 동서축 발상은 국민의 생활과 의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날의 방식에 한계가 있다면 이제는 새롭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동서 간 사람과 물류 등의 교류를 이끌어내 대한민국의 화합과 균형발전 시대를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합과 균형의 실현, 이젠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물리적인 힘, 즉 도로·철도 등 필수 사회간접자본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이웃집 마실을 가는데 길이 없어 빙빙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길이 없다면 내야 한다. 고속도로와 철도는 동서의 벽을 허물고 미래를 향해가는 마실 길인 셈이다.

속도는 더디지만 정부는 지금 새만금사업이라는 초대형 국가사업을 진행 중이다. ‘새만금사업’이야말로 동서형 개발축의 시발점이자 동서화합과 산업 융복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 경제협력을 위한 ‘한중경제협력단지’가 추진 중인 만큼 동서 개발축이 빨리 이루어져 영남권의 물류가 새만금 신항만을 통해 중국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경제는 물류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류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나라경제도 살 수 있다.

새만금~전주~무주~포항 간 고속도로와 새만금~전주~김천 간 철도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는 오래다. 새만금~광주~전남 서부가 연결되는 서해안 철도 개설도 논의 되고 있다.

새만금~전주~포항 간 고속도로는 서해안·호남고속도로, 익산~포항, 전주~광양 간 고속도로와 만나게 된다. 새만금 권역과 대구·경북권의 연결로 서부권의 농산물과 영남권의 제조업 간 물동량 교류가 원활해지고 동서 간 교통체계 개선으로 두 지역의 화합과 통합발전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동서횡단 철도가 완공될 경우 기존 군산~전주(48.8km) 철도가 군산~새만금(45.4km), 전주~김천(108.1km)으로 연결되면서 장항·호남·경부선이 하나의 동맥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물류 이동과 인적교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동서축 개발은 단순히 지리적 공간적 범위의 개념을 넘어서 균형개발 정책의 상징어가 되어야 한다. 서해안 시대에 국토 중남부와 동서 간 물류유통이 활성화돼 대중국 전진기지로서 새만금으로 유입된 경제흐름이 전 국토로 확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는 ‘동서축’이다.



송하진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전북도와 행정자치부 등을 거쳤다. 민선 전주시장을 연임한 뒤 2014년 7월 민선 6기 전북도사에 취임했다. 2013년 제16회 한국문학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한 시인이며 서예에도 조예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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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