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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칼럼] 핀란드, 이젠 한국의 반면교사

마이너스 0.2%, 마이너스 0.1%. 핀란드의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다.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기후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할 수 있는 결과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이 기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나라는 핀란드와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밖에 없다.

핀란드는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3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0.1% 성장을 기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5만 달러에 가까운 ‘노르딕 타이거(북유럽의 호랑이)’ 핀란드가 ‘종이 호랑이’ 신세가 돼 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정위기로 구제금융 지원 대상국으로 거론됐던 이탈리아와 스페인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올 1분기 이탈리아는 0.3%, 스페인은 0.9% 성장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S&P는 핀란드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10월 A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로 낮췄다. 재정위기 국가들의 강력한 긴축을 옹호했던 유로존의 우등국가 핀란드가 이젠 오히려 걱정을 끼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인구는 540만 명에 불과하지만 첨단기술과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북유럽의 강소국(强小國) 핀란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무엇보다 세계적인 기업 노키아의 몰락 후유증이 크다. 노키아는 한때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40%를 점유했지만 스마트폰 혁명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삼성과 애플에 밀려났다. 2014년에는 휴대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기게 됐다. 그 여파가 지금도 핀란드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도 핀란드에 직격탄이 됐다. 핀란드는 독일·스웨덴에 이어 러시아의 3대 교역 파트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다. 이로 인해 핀란드는 대러 수출에 큰 타격을 받았으며, 루블화 약세로 러시아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관광산업의 피해도 컸다.

핀란드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제지업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 디지털화로 펄프·종이의 수요가 급감하며 수출이 크게 줄었다.

강소국 모델로 여겨졌던 핀란드는 여러 모로 한국과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뒤집어서 말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핀란드와 비슷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먼저 지정학적으로 유사하다. 핀란드는 강대국 러시아와 1340km에 이르는 긴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한국은 중국과 일본 등 수퍼파워들 사이에 끼어 있다. 핀란드가 ‘러시아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차이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조금이라도 불안해지면 그 영향은 곧바로 우리에게 밀어닥칠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노키아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노키아뿐 아니라 일본의 샤프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우리는 수도 없이 지켜봤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조선·철강·화학도 경쟁국가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일부 업종에선 중국에 따라잡히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방심하다가는 핀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아직 선진국 문턱에 들어가지도 못한 한국이 핀란드처럼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는 것은 재앙이다. 1인당 GDP 3만 달러에 못 미치는 한국은 소 잃는 일이 없도록 외양간을 단단히 고쳐야 한다. 위기의 전조는 이미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기업인들 만나 보면 모두 그런 걱정을 한다.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관료와 정치인이다. 그들은 나라 경제보다 밥그릇이나 당리당략이 위태위태해져야 위기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지도층의 인식이 그 정도라면 강소국 되기는 어려워도, 약소국 되기는 순간이다.


한경환 외교·안보 에디터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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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