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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의 시대공감] 삐뚠 사람도 바르게 되는 나라

전한(前漢) 효원황제 때 경방(京房)은 역경(易經)의 대가 초연수(焦延壽)의 수제자로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었을 뿐 아니라 역사상 최초로 ‘고과제도’를 제안하는 뛰어난 능력으로 황제의 총애를 받았다.

하루는 경방이 효원황제에게 주(周)의 려왕(厲王)과 유왕(幽王)이 어떻게 하여 나라를 망하게 했는지 그 까닭을 물었다. 황제는 일을 맡은 아래 사람들이 간사한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경방은 일을 맡긴 사람들이 간사한 것을 왕이 알고서 채용했는지 아니면 총명하다고 생각하고 채용했는지를 물었다.

황제는 당연히 그들이 총명한 줄 알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방은 그들이 총명하지 않음을 지금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물었다. 황제는 결과적으로 나라가 혼란해졌고 임금이 위태로워졌으니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경방이 다시 물었다. “어찌하여 려왕과 유왕은 이를 깨닫지 못하여 불초한 사람을 등용시켜 나라를 망하게 한 것입니까?” 황제가 대답했다. “난세의 모든 군주는 자기 신하를 다 현명하다고 생각할 것이오.”

경방이 다시 물었다. “주나라 려왕과 유왕의 교훈을 보고도 제환공(齊桓公)과 진 2세 황제인 호해(胡亥)가 수조나 조고를 쓴 것을 보면 역사를 보고 깨닫지 못한 것 아닙니까?” 황제가 말했다. “오직 도를 지닌 품격과 능력이 있는 군주만이 과거 일을 가지고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뿐이오.”

경방이 모자를 벗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가 즉위한 이후로 수재와 한재와 병충의 피해가 있고 백성들에게는 굶주리고 돌림병이 돌고 있으며 도적질이 만연하고 죄수들이 저자에 가득하니 춘추에 기록된 모든 재변이 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보시기에는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습니까, 혼란스럽습니까?” 깜짝 놀란 황제가 말했다. “지극히 혼란하다고 생각하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이오.” 경방은 지금 모든 것을 맡기고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황제는 지금 어려운 것이 어찌 그 사람들 때문이겠느냐고 변호했다. 경방이 말했다. “모든 이전 군주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신은 나중에 가서 오늘을 비판하며 황제를 욕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황제가 한참 있다가 물었다. “오늘날 정치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누구요?” 경방이 말했다. “밝으신 군주께서 의당 그 사람을 아십니다.” 황제가 말했다. “모르겠소. 만약에 안다면 어찌 그들을 썼겠소.” 경방이 말했다. “황제께서 가장 신임하시며 더불어 휘장 속에서 일을 도모하시며 천하의 선비들을 올리거나 내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황제가 마침내 솔직히 고백했다. “내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소.”

효원황제 곁에는 중서령(中書令) 홍공(弘恭), 석현(石顯)과 상서령(尙書令) 오록충종(五鹿充宗)이 있었다. 석현과 오록충종 등은 경방을 일단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묘안을 짜냈다. 경방이 제안한 ‘고공과이법(考功課吏法)’, 즉 ‘실적을 보고 채용’하는 고과법을 본인에게 적용하여 그의 실적을 평가한다는 명분으로 변방으로 쫓아낸 것이다. 경방은 싫었지만 황제께 정기적으로 직접 보고할 기회를 얻는다는 조건하에 변방직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황제를 둘러싸고 있는 석현 무리들이 경방의 알현기회를 열어 줄 리가 없었다. 경방은 할 수 없이 황제에게 밀봉한 친서(封書)를 올렸다. 그러나 이 봉서마저 황제의 책상 위에 올라오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경방을 모함하여 참혹하게 처형시키고 말았다(BC 37년).

석현과 홍공과 오록충종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자 이들은 악화된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절개가 높고 평판이 좋은 간대부 공우(貢禹)를 등용시켜 인재를 대우하는 척 하기도 하였다. 전한은 효원황제의 처(왕정군) 조카 왕망에 의해 멸망당하고 말았다.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司馬光)은 이렇게 평론했다. “인군의 덕이 밝지 못하면 신하가 충성을 바치려고 해도 어찌 할 수가 없는 법이다. 경방의 충언이야 명백하고 당연한 것이지만 효원황제는 그것을 깨달을 수가 없었다.”

순열(荀悅)은 이렇게 평론했다. “공자가 말하였다. 바른 사람을 등용하고 간사한 사람을 멀리하면 삐뚠 사람도 바르게 되느니라.(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顔淵22) 정치는 올바름이라. 올바름이 위에서 쌓이면 만 가지 되는 아래 일도 절로 알차게 되는 법이다.(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顔淵17)”

바른 사람을 총리로 등용하여(擧直) 올바름이 위로부터 쌓이면(子帥以正) 만 가지 되는 아래의 일(萬機)이 저절로 알차게 되지 않겠는가.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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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