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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검찰은 왜 사과할 줄 모르나

1968년 12월 24일자 중앙일보 7면에 짤막한 기사가 실렸다. ‘재납북되면 사형’이란 제하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검찰청은 24일 어로저지선 부근에서 납북되었다가 귀환된 후 재납북된 어부에 대해서는 반공법(9조2항)·국가보안법(10조2항) 상의 특수가중죄를 적용,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라고 관하 검찰에 지시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땐 그랬다. 북한 경비정은 수시로 어로저지선을 넘어 우리 어부들을 잡아갔다. 고초를 당하고 돌아온 어부들에게 조국은 몹쓸 짓을 했다. 고문과 협박으로 ‘북한 지령을 받아 고정간첩으로 활동했다’는 자백을 받아낸 뒤 감옥에 가뒀다. 이른바 ‘납북어부 간첩 조작사건’이다.

김용태(57·2014년 재심 무죄확정)씨는 납북됐다 귀환한지 10년 만인 79년 간첩으로 몰려 옥고를 치른 뒤 12년 만에 출소했다. 19살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은 ‘간첩 아버지와 인연을 끊겠다’고 말한 뒤 목숨을 끊었다. 68년 납북됐다 간첩으로 몰렸던 강대광(75·2008년 재심 무죄확정)씨는 “학교 친구들이 ‘간첩 자식과는 공부를 못하겠다’고 해 딸이 복도에 앉아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가 조작한 죄를 뒤집어쓰고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51)씨도 마찬가지다. 유서를 대신 써주고 친구의 자살을 부추겼다는 낙인은 24년 만에 지웠지만 그새 홍안의 청년은 늙고 병든 초로의 남자가 됐다.

세간의 관심 속에 구명운동까지 벌어졌던 강씨는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출범할 때까지 국가폭력에 희생됐던 범부(凡夫)들은 질곡의 세월을 말없이 견뎌야 했다.

반 세기 전 신문지면은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한다. 단지 두 번 납북됐단 이유만으로 어처구니없는 사형구형 지침을 내렸던 검찰은 지금까지 과거사에 대해 단 한 차례도 공식 사과한 적이 없다. 국가정보원·군·경찰 등 국가기관이 저마다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그릇된 역사를 바로잡았던 것과는 다르다. 사법부도 2005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었다.

재심사건 판결이 날 때마다 검찰은 입을 닫았다. 그것도 모자라 건건이 상소해 피해자들을 괴롭혔다. 재심판결을 기다리다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이들도 많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는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과거 기소행위를 부정하면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고 항변했다. 과거사의 불의(不義)에 대해선 이미 국가가 바로잡았다고도 했다. 안타깝게도 검찰의 시각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의는 법리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빅토르 위고는 “정의는 완전무결할 때에만 옳다”고 했다. 검찰도 사과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동현 사회부문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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