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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도 국·영·수 중요 … 1등부터 꼴찌 등수 공개”

북한 교사 출신 탈북자 26명이 15일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에서 1일 명예교사로 교단에 섰다. 특별한 스승의 날을 맞은 한 탈북 교사가 카네이션을 달아준 1학년 학생을 안아주고 있다. [강정현 기자]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1학년 3반. 이정숙(55)씨가 들어서자 학생들이 “선생님 환영합니다”라고 외쳤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씨는 “북한에서 15년간 중고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다 탈북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북한에서도 교복을 입나요?” “국어·수학·영어가 거기서도 중요해요?” 이씨는 “북한 아이들은 한국의 초1부터 대학생까지 교복을 입는다. 북한 학교는 1등부터 꼴찌까지 점수를 공개하는데 특히 국·영·수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2002년 중국으로 간 이씨는 7년 전 한국에 왔다. 13년 만에 다시 교단에 선 그는 “학생들을 만나니 옛 제자들이 더 그립다”고 했다.

 이씨처럼 북한에서 교편을 잡았던 탈북자 26명이 특별한 스승의 날을 보냈다. 청원여고와 남북교사통일연구회가 1일 명예교사 기회를 줬다. 학생들이 강당에서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탈북 교사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들은 1, 2학년 교실에서 한 시간씩 수업을 했다.

 북한에서 12년간 중학교 수학 교사를 지낸 김향춘(45)씨는 “고난의 행군 때 북한 아이들은 산에서 나무를 한 뒤 학교에 왔는데 배가 고파 제대로 앉기도 힘들어 했다. 북한을 떠날 때 자식 같은 제자들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회고했다. 북한에서 물리 교사였던 김은철(45)씨는 “고난의 행군 때 수백 명이 굶어 죽는데 살기 좋은 나라라고 선전해 배신감을 느꼈다”며 “한국에 와보니 글로벌 시대에 적응할 인재를 키우던데 북한에선 핵융합을 가르칠 때도 ‘핵폭탄을 만들어 미국을 박살 내자’고 사상교육부터 한다”고 전했다.

 북한엔 스승의 날이 없다 . 탈북 교사들은 “교사를 우상화할까 봐 스승이란 용어도 안 쓴다”고 했다. 하지만 사제 간의 정은 깊다고 했다. 김향춘씨는 “중학교 입학부터 6년간 한 교사가 담임을 맡는다. 졸업식 때 자전거나 옷, 쌀 같은 선물로 감사를 표하고 졸업 후에도 매년 찾아오는 제자가 많다”고 했다. 김은철씨는 “북한에선 당에 충성하는 인민을 길러내기 위해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 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수업을 들은 천희수(16)양은 “북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 급식을 남기지 말고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신완순 청원여고 교장은 “교편을 다시 잡고 싶어 하는 탈북 교사들에게 학생을 만날 기회를 주고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글=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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