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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대학생 “북한 상위 1%가 문제” 탈북자 “그래도 그리운 고향”

경북 문경에서 통일 리더십 과정 입소 교육을 받는 숭실대 학생들. 조별 끝장 토론 후엔 결론을 전지에 정리해 다른 조들과 공유한다. [사진 숭실대]


“남한은 군 복무 기간이 24개월이죠? 북한은 120개월이에요. 그래도 ‘미국의 식민지인 남조선의 헐벗은 인민을 우리가 해방한다’는 사명감으로 입대했었죠.”(북한이탈주민 강원철씨)

숭실대 3박4일 통일수업
1학점 교양필수 ? 이수해야 졸업
아침 7시~밤 11시까지 빡빡한 일정



 “전 사실 탈북할 생각이 없었는데 남한 드라마 보다가 빠져버렸어요. (단속에) 걸리면 바로 죽음인데 집에서 커튼 치고 문 잠그고 보는 통에 멜로 드라마도 스릴러 같았어요.”(북한이탈주민 이현주씨)



 “한국 드라마 보고 남한 가면 (배우) 현빈이랑 결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온 친구들은 실망도 많이 해요. 한국 사회 내 탈북자에 대한 차별도 힘든 부분입니다.”(북한이탈주민 김은주씨)



 지난 14일 경북 문경시 숭실통일리더십스쿨에 참석한 탈북자 강연 내용 중 일부다. 강당을 꽉 채운 120여 명의 숭실대 신입생들은 점심식사 직후인데도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북한에 관심이 있거나 전공을 해서 모인 학생들이 아니다. 그냥 전자공학과·화학과 학생들이다. 숭실대는 3박4일간의 ‘통일리더십과정’을 이수 안 하면 졸업을 안 시킨다. ‘통일·리더십을 모르는 학생을 사회에 그대로 내보낼 수 없다’는 게 이 학교의 원칙이다.



 교양 필수 1학점으로 책정된 이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3600여 명에 달하는 신입생 중 매 회 100명 이상이 매주 수~토요일 문경을 찾는다. 한헌수 총장이 주도해 교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3월부터 실행한 과정이다.



 문경에서 만난 학생들은 “빡세서(일정이 빡빡해서) 힘들어요”라면서도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화학과 박민정(18)씨는 “탈북자를 실물로 본 게 처음”이라며 “실제로 보니 나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과 이재민 학생은 강의 후 “솔직히 통일에 관심이 없었는데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순수한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다.



 과정 이수를 위해 문경에 도착할 즈음 학생들 표정은 어둡다.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내가 왜 4일이나 낭비를 해야 하느냐”는 학생도 있고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정이 계속된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하다”며 입을 내미는 이들도 여럿이다. 하지만 과정이 마무리되는 토요일 오후엔 반응이 달라진다. 유행가 가사를 통일을 주제로 개사해 부르고, 또래 탈북자들과의 ‘토크 콘서트’에 참여하고, 도라전망대에서 분단의 현장을 목격하는 일정 등을 거친 후엔 눈빛 자체가 달라진다. 문경 현지에서 실무를 관장하는 차경문 교수는 “처음엔 불만이 가득했던 아이들이 나중엔 프로그램이 끝나는 걸 아쉬워한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이 과정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이수 전 “통일에 관심이 있다”가 5점 만점에 2점에 불과했던 학생들이 과정 이수 후엔 두 배인 4점을 주는 통계도 나왔다. 학교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3~4월에 발생하기 마련인 이탈 학생들 숫자가 이 과정을 이수한 학과를 중심으로 줄었다. 차 교수는 “이탈 학생 수가 비교적 더 많은 인문학부 쪽 교수들이 ‘우리 학생들이 1학기에 교육받을 수 있게 배치해 달라’는 부탁을 해 올 정도”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통일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토론과 체험 중심으로 짜여 있다. 아이들은 각 조로 나뉘어 “통일은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그 결과를 전지에 써서 한쪽 벽면에 붙여 공유한다. 각 조의 작명도 기발하다. 1조는 ‘통1(일)조’, 9조는 ‘한반도9(구)조대’다. 7조는 북한 최고지도층을 위해 존재한다는 여성들에서 따온 ‘기쁨조’로 이름을 붙였다. 통일과 연관이 없는 이름도 있다. ‘연애하고 10조(싶죠)’부터 최근 화제가 된 연예인의 ‘언니 저 맘에 안 들죠’에서 모티브를 얻은 ‘교수님 저희 맘에 안 들조(죠)’도 있다.



 통일을 당연한 명제로 강요하지 않는 점도 주요 포인트다. 탈북자 강연을 진행하는 김승연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이 탈북자들에게 반드시 묻는 질문이 있다. “북한의 어떤 점이 남한보다 더 좋다고 느껴지나요?” 14일 나온 답변은 이랬다. “고향이니까요. 아무리 상황이 처참해도 고향은 고향입니다. 그립습니다”(강원철씨), “공기가 참 좋아요. 강엔 1급수가 흐르고요. 제 고향 밤하늘엔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답니다”(이현주씨) 등등.



 학생들 질문도 쏟아졌다. “북한 동요를 들어봤는데 너무 무섭더라. 왜 그러느냐”부터 “언제 가장 힘들어요?” “북한의 상위 1%가 문제인 거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도 나왔다. 김은주씨가 “북한에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생각이 다른 이들이 많아요. 김정은이야 핵을 만들든 말든 다 탈북해서 통일을 이뤘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하자 학생들은 박수를 쳤다.



 숭실대 김승연(초빙교수) 실장은 “젊은 세대가 통일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잘 모르는 것일 뿐”이라며 “실질적 정보를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이를 통해 통일은 고속도로처럼 뚫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의 후엔 ‘한마음 통일 축전’이라는 이름으로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열렸다.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각 조로 나뉘어 림보 경기를 하거나 줄넘기를 한 후엔 통일 관련 영상물을 시청했다. 이달 26~31일 통일교육주간을 마련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통일문화 체험행사를 준비 중인 통일부 역시 이 과정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보다 많은 대학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이 확산되면 ‘풀뿌리 통일운동’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적어놓은 ‘통일은 필요한가’ 찬반엔 이런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저희 조는 통일에 찬성합니다.”(한반도 9조대)



문경=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S BOX] 한헌수 총장 “통일 없으면 민족 없다”



한헌수
숭실대가 통일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학교 역사와 연관이 있다. 숭실대는 일제시대인 1897년 10월 평양 신원리에서 기독교 신자들의 모금으로 설립됐다. 초기 졸업생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독립운동가 조만식 선생과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이 이 학교 출신이다. 1938년 일제가 신사 참배를 강요하자 거부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강제 폐교를 당하기도 했다. 이어 45년 광복과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54년 서울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오늘날 한헌수 총장이 ‘통일’이란 두 글자에 방점을 찍고 학교를 운영하는 배경이다.



 통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학내 반발도 컸다. “교내 다른 부분에 투자하지, 통일 교육을 한다고 대학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는 반대 목소리도 교수들 사이에선 나왔다. 그러나 한 총장은 “통일이 없으면 민족이 없고, 민족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생각에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담당 교수인 베어드학부대학 조은희 교수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색다른 체험을 맛보게 하기 위해 궁리하다가 입소 교육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경 현장에선 실무 담당 교수들이 상주해 매주 프로그램을 평가하며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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