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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백수오 파동과 건강과학의 불편한 진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백수오(白首烏)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요지는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에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가 섞였다, 그 유해성 여부에 대한 정부 측 발표가 헷갈린다, 식품 원료로 금지된 성분이 왜 들어갔나, 소비자 피해 구제는 어쩌나, 증시 루머는 또 뭔가 등등이다.



 우리 건강식품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조7900억원, 계속 신장세다. 장기복용 탓에 유해성분 규제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 숱한 유효 성분과 기타 성분의 작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 확립과 규제 행정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 최대 시장을 창출한 미국의 경우 시중에 나온 2만 가지 제품 가운데 미 식품의약국(FDA)의 안전 리뷰를 거친 건 46종이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거의 모두 항산화제다. 노화와 질환의 원인이 유해 활성산소라는 이론에 근거해 보충 열기를 탄 지 오래다. 하지만 활성산소가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또한 활성산소에 의한 노화이론이 만능도 아니다. 어쨌거나 우리 몸에서 신진대사가 일어나는 한 활성산소는 생성된다. 흡연·과식·오염 등은 그 생성을 부추긴다. 방패 격으로 우리 몸은 항산화 효소를 만들어낸다. 채소·과일로도 섭취된다. 30년 전에 『현대인과 비타민』이란 책을 썼다. 1970년대 폴링(Linus Pauling·1901~94)의 『비타민 C와 감기』 『비타민 C와 암』에 자극받은 탓도 있었다. 노벨상 역사상 유일하게 단독 2회 수상(54년 화학상과 62년 평화상) 기록을 지닌 그의 비타민 C 메가테라피 가설은 논란과 함께 큰 영향을 끼쳤다.



 비타민류는 항암 연구에서도 한몫을 했다. 그 과정에서 비타민 A 연구는 탈모치료제를 탄생시켰다. 80년대 후반은 자외선이 피부 노화와 피부암을 일으킨다며 화장품·섬유제품에 자외선 차단제(SPF)를 넣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비타민 D 부족이라면서 햇빛 예찬론이 부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타민 D 부족 비율은 남성 47%, 여성 65%다.



 그런데 비타민 D 연구 결과는 일치되지 않는다. 효능이 있다는 한편으로 2012년 USPSTF(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대규모 WHI(Women’s Health Initiative) 프로젝트를 거쳐 골절 위험 감소를 위한 칼슘과 비타민 D 보충의 근거가 불충분하고,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효능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상쇄할 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낙상 위험이 높은 노인에게는 비타민 D 보충을 권장한다.



 미 국립보건원(NIH) 등이 지원한 많은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는 세 가지다. “임신부 등 모자라는 경우엔 보충 효과가 있다.” “암 예방 등 효능의 근거는 불충분하다.” “오히려 암세포 증식을 촉진한다.” 이들 결과는 보충제의 종류·농도·기간·실험 대상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다니 혼란스럽다.



 2011년 뉴스위크지는 “그렇게 권장하더니 이로운 게 아니라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니 웬 말이냐”고 썼다(‘Antioxidants Fall From Grace’). 오락가락하는 이유가 있다. 항산화제 자체의 ‘화학’과 생리적인 기능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는 끼리끼리 반응도 일어난다. 넘치는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다.



 건강과학의 ‘불편한 진실’은 이어진다. 포화지방의 식이(diet) 영향에 대한 반전은 가히 극적이다. 61년 타임지는 미네소타대의 생리학 교수 앤셀 키스(Ancel Keys)를 표지로 “식품의 포화지방이 동맥경화로 심장질환을 일으킨다”고 썼다. 그런데 2014년 6월 타임지는 표지에 샛노란 버터 그림과 함께 ‘버터를 드시라(Eat Butter)’를 제목으로 뽑았다. 한마디로 반백 년 동안의 ‘지방과의 전쟁’은 과학자들의 오류였고 지방은 심장질환의 원인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다면 심장질환은 콜레스테롤 탓이고 지방 섭취를 줄여 리스크를 줄인다는 가설은 어떻게 되는 건가.



 더욱 아리송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 위약효과(Placebo Effect)다. 최근 십여 년간 다수의 실험연구(하버드대 의대 2010년 Placebo Studies 등) 결과 가짜 약이 뇌에서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분비시켜 진짜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의사의 태도도 위약효과를 나타낸다. 물론 어느 증세나 어느 환자나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완전 미스터리다. 과학이론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화(進化)한다. 때로 그 답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히포크라테스 ‘말씀’처럼 식이·운동·위생·햇빛·심리·환경 등의 ‘균형’을 찾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이건 소비자의 몫이다. 정부로서는 백수오류의 파동을 예방·관리할 수 있도록 규제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 바이오산업의 기틀을 튼튼히 하고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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