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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의 오늘 미술관] 비싼 그림



지난 10일까지 이 그림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었다. 11일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경매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두 번째로 밀려났다. 프랜시스 베이컨(1909∼92)의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습작’(1969)이다. 2013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24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528억원)에 팔렸다. 각각 147.5×198㎝ 세 점이 한 세트다. 카지노 재벌 일레인 윈이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베이컨이 친구이자 동료 화가인 프로이트(1922~2011)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렸다. 루치안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친손자다. 베이컨은 평생 인물화에 천착했다. 얼굴 형상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렸다. 기독교 성화에서 삼위일체의 편재(遍在)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돼 온 삼면화 형식을 비틀어, 그 속에 인간을 뭉개진 고깃덩어리처럼 그려 넣었다. 성적 소수자이기도 했던 그의 잔혹하고 엽기적인 그림은 인간의 심연을 드러내는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95)는 『감각의 논리』에서 베이컨에 대해 이렇게 썼다. “베이컨은 ‘짐승에 대한 연민’이라고 하지 않고 차라리 ‘고통받는 인간은 고기다’라고 말한다. 고기는 인간과 동물의 공통 영역이고, 그들 사이를 구분할 수 없는 영역이다. 화가는 확실히 도살자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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