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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세자의 '흑거미 메모', 결국 공개돼

10년 동안 소송의 대상이 된 영국 찰스 왕세자의 서한이 있다. 2004년 9월부터 2005년 4월 사이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와 산업부·보건부 등 7개 부처 장관들에게 보낸 것이다. 일명 '흑거미 메모'로 불리는 데 굵은 펜으로 휘갈겨 쓴 듯 서명하고 곳곳에 밑줄을 그어 흑거미를 연상케 해서다.



영국 가디언은 이의 공개를 위해 10년간 정부와 법정 다툼을 벌였다.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공개 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찰스 왕세자는 물론 영국 정부도 강력 반발했었다.



결국 13일 서한이 공개됐다. 이라크전 군 장비 교체 요청부터 소에 결핵균을 옮기는 오소리를 도태시켜 달라거나 칠레 인근에 사는 농어의 일종인 치막치어 보호에 나서달라는 얘기까지 담겼다. 2004년 9월 블레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엔 “(이라크에서 노후한) 해상작전헬기(Lynx)가 높은 기온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좌절을 겪고 있다”면서 “대체 헬기 구입이 늦어지고 있는데 이는 영국군이 지극히 어려운 임무(특히 이라크에서)를 필요한 자원 없이 수행해야 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잉글랜드 글로스터셔에 있는 학생들의 식사습관 문제를 제기한 내용도 있었다.



영국의 군주는 군림하되 통치하는 않아야 한다. 자문하되 정치에 개입하진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가디언은 찰스 왕세자의 서한이 이 원칙들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서한은 찰스 왕세자의 아주 세밀한 개인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소송비용에만 40만 파운드(약 7억원)를 쏟아 부었다. 왕세자의 로비에 대한 비밀 내역을 지켜주는 데 이만큼의 돈을 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찰스 왕세자가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와 달리 여러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 왔던 연장선상이란 것이다. “예상 가능한 내용들”이란 것이다. 킹스칼리지의 버논 보그다너 교수는 “여왕은 헌법상 자문하도록 돼 있다. 후계자에겐 그런 역할이 맡겨져 있지 않지만 찰스 왕세자는 즐긴 듯하다. 그러나 서한 어디에도 정당 정치에 나쁜 영향을 줄 만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정부가 찰스 왕세자의 의견을 압력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미지수다. 공손한 답장을 보내곤 했으나 한 달 넘게 걸리곤 했다. 찰스 왕세자도 “긴 서한으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스스로를 낮추곤 했다.



다만 이들 언론도 “찰스 왕세자가 모친의 태도에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게 중론이다. 엘리자베스 2세도 주기적으로 총리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공개적으로 그 입장이 알려진 게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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