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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침해 ”vs “성 범죄로부터 사회 보호”

“아무리 범죄자라 하지만 호르몬의 변화를 가져오는 극단적인 치료를 하는 게 옳은가”(성폭력 범죄자 측 국선변호사)



헌법재판소, ‘성폭력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위헌 심판 첫 공개변론

“엄격한 요건 하에서 회복가능한 제한 범위에서 시행 중이며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다”(법무부 측 대리인)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 중인 성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팽팽한 공방이 전개됐다.



14일 서울 재동 헌재 대삼판정에서 열린 ‘성폭력 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 4조1항, 8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 첫 공개변론에서다. 4조1항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 범죄자에게 검사가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8조1항은 법원이 15년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해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하도록 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해당법률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재범 방지효과 및 치료 부작용 ^치료명령과 실제 집행시점 간격차로 인한 오판 가능성 등이다.



대전지법 측 대리인인 장우승 국선변호사는 “피고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강제적 약물치료는 인격권과 자기결정권,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했다. 그는 “피고인에게 약물치료를 받을 것인지, 형기를 연장할 것인지 묻는다면 분명 후자를 택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며 “성 충동도 생명력의 발현인데 그게 변형되는 걸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약물치료가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오히려 성기능 저하 등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장기간 약물치료가 이뤄질 경우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충분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그간의 성범죄에 대한 치료명령 사례를 들어 약물치료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가출소ㆍ가종료자 8명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를 집행 중이다. 아동 성범죄를 4차례 저지른 A(48)씨에게 2012년 최초 집행돼 현재까지 2년2개월 가량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측 대리인인 최태원 검사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 및 충동을 감소시켜 치료기간 동안에는 확실하게 재범을 방지할 수 있다”며 “심리치료 및 보호관찰을 병행함으로써 치료기간이 끝나 성기능이 회복된 후에서 스스로 성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치료명령 대상은 성도착증 환자로 제한하고 있다”며 “치료기간이 끝나면 성호르몬 분기도 정상적으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참고인으로 출석한 세브란스병원 송동호 소아정신과장은 “약물치료가 성적 흥분을 억제 못한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호르몬의 장기 사용은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성도착증 증세만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진 않고 충동조절장애, 조울증,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성폭력 범죄자에게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심리적인 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개인적 견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이재우 범부무 치료감호소장은 “치료집단의 재범률은 1~18%인 반면 비치료 집단의 재범률은 9~68%로 차이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심리치료만으로는 개선이 안 되는 이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주심인 서기석 헌재 재판관은 “약물치료가 형 집행을 마치고 나서야 이뤄지는데, 예컨대 징역 25년을 복역한 뒤 약물치료가 비로소 집행된다면 당사자에 대한 오판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법무부 측에 질문했다. 최 검사는 “성도착증은 구금기간이 길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개인의 속성이란 게 일반적인 학설”이라며 “유죄판결 시점에 장래 집행을 명하는 건 전자발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창호 재판관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성 충동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물자, 최 검사는 “아직 그런 좋은 기술이 보고된 바는 없다”고 했다.



이날 변론은 대전지법이 2009년 5세, 6세 여자 아이를 잇따라 강제추행해 기소된 임모씨에 대한 재판 도중 2013년 헌재에 위헌심판을 구하면서 열렸다.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임씨에 대한 사건 선고는 연기된다.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해당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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