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조한대 기자의 퇴근 후에] 5·18의 상처, 그리고 치유를 말하다

[사진 신시컴퍼니]




연극 ‘푸르른 날에’

“오월 어느 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시인 김남주의 시 ‘학살2’가 배우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전남도청에 모인 시민군들이 진압군을 기다리는 대목이었다. 시의 각 행을 배우가 하나씩 나눠 말하다가 이내 합창하듯 함께 부르짖었다. 음악의 ‘크레센도(점점 세게)’ 처럼 배우들의 음색은 점점 격앙돼 갔다. 배우들 모두가 발을 굴렀다. 그 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졌다. 배우들의 외침은 심장을 두들겼다. 무대는 강렬했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1980년 5·18민주항쟁을 다룬다. 이 일로 피폐해가는 한 인간을 보여주고 그의 주변사람들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상처가 아물어 끝내 화해와 용서가 이뤄진다는 데 이야기의 방점을 찍는다.



피폐해져 가는 한 인간, 오민호 역은 배우 이명행이 맡았다. 그는 순수했던 야학 선생이 무참히 짓밟혀지는 한스러운 인생을 표현해 냈다. 과거의 정혜로 분한 배우 조윤미도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 보낸 여인의 모습을 무난히 소화해 냈다. 특히 그의 음색은 이 배역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졌다.



무대에는 과거 젊은 오민호와 현재의 오민호인 여산(김학선 분)이 함께 나온다. 정혜 역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구조는 극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효과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다보니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구조 보다 흥미로웠다는 의미다.



다소 과장돼 보이는 연출가 고선웅식 웃음코드가 가미돼 비극 속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엔딩 장면 [사진 신시컴퍼니]




꽃잎이 휘날리는 마지막 장면은 극의 대미다. 그 때까지 울음을 참아왔던 관객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원년 멤버가 나오는 ‘푸르른 날에’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또 다시 이 감동을 다시 맛볼 수 있을지, 안타깝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5월 31일까지 문의 02-577-1987.



강남통신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조한대 기자의 퇴근후에]

거세한 성악가 카스트라토, 누가 또 부를 수 있겠는가

상처와 치유의 연극 '슬픈 인연'

연극 '3월의 눈' 두 노배우는 연기로 보여줬다

불안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연극 '유리동물원'

무기력한 지식인의 날 것을 드러낸 연극 ‘잉여인간 이바노프’





▶강남통신 기사를 더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